대한법무사협회 69 ▶▶ 새내기 법무사 일기 게 많은 여유를 느끼게 해주던 중, 어제 오후에 찾아온 의뢰인과 상담을 하다 보니 대응할 시간 이너무촉박했다. 모 사회단체의 중앙회장의 도지부장 임명행위 에 대하여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는 의뢰인에게 임명행위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함과 동시에 임명무효확인 청구 민사소장을 제출해야 함을 설 명을 해준 뒤, 휴무일인 토요일이지만 필요한 자 료들을 챙겨오도록 했다. 오늘 조반을 마치자마자 곧장 출근해서 주차장 에 차를 주차시킨 뒤 빌딩 안으로 들어서니, 로비 며 복도는 대부분 사무실이 출근하지 않아서인지 전기불도 켜지 않아서 어두컴컴하고 약간 적막감 조차있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창문을 열어젖히 고, 컴퓨터를 부팅하는 기분은 마치 아스라이 젊 은 시절 시험공부를 한다고 매일 아침 일찍 도서 관을 찾아가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세상을 온통 한 손에 쥘 것 같았던 혈기 넘치는 20대 초반에 매일 이른 새벽에 도서관에 갔다가 밤늦은 시각까지 공부를 하곤 했는데, 밤이 깊어 지면 도서관 직원들은 조금씩 빈자리가 생긴 열 람석의 전등 스위치를 끄면서 마치 물고기를 어 망으로 몰듯이 열람생들을 한 구석에 모여서 공 부하도록 하다가 밤10시를 넘기면 그나마 문을 닫는다고 내쫓던(?) 때였다. 그런데,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참고서적을 들춰 봐가면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작성하 고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는 정오가 다 될 무렵에 서야 느긋하게 나타났다. 그나마 어제 그렇게 신신당부했던 자료들을 아 무 것도 가져오지 않아서 어제 오후부터 내내 머 리를 짜내면서 작성하던 서류를 마무리 할 수도 없었다. 이처럼 사건당사자는 오히려 느긋하고, 의뢰를 받은 법무사가 더 안달하는 묘한 상황을 지켜보 면서, 법정시한과 절차를 생명으로 하는 소송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희미한 권리의식을 엿볼 수 있는 것 같 았다. 변호사나 법무사는 당사자에게 부족한 법률지 식을 보충하면서 권리 주장을 조력하는 직업이 지, 아무 자료도 없이 의뢰인의 얘기만 듣고 권리 구제에 나설 수 없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변호사 나 법무사에게 의뢰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해결 해주는 해결사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와 점심을 같이 하면서도 내일 오전 중으로는 ‘이것이것은 반드시 챙겨와야 한다’며 신신당부 를 하고 돌려보낸 뒤에도, 오후 4시 반이 지나도 록 혼자서 서류를 작성하다가 사무실을 나섰다. 고맙게도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휴일인데도 낮 시간 내내 무더위에 시달리고, 일에 시달리던 마음에 소나기를 맞는 것만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어서 줄기차게 쏟아지 는 소나기가 고맙기만 했다. 사실 모처럼 맞는 소나기가 그렇게 시원하다고 느껴진 적은 오랫동안 없는 것 같다. 정 승 열│법무사(대전충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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