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法務士1 월호 隨│想 그녀 또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외동딸과 단 둘이서 생활을 하였으며, 딸을 맡겨둘 가까운 친척도없었다. 나는 그녀의 조사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녀는 자기가 구속 이 되면 외동딸을 맡겨 둘 친척이 없다는 것과 딸 애가 중학교 3학년인데, 이번에 4/4분기 등록금 을 납부하지 못하면 퇴학당할 처지인데 이것이 걱정이라고하였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녀의 외동딸이 중학교라도 졸업을 하지 못하 면 식모살이밖에 더 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되 었고 적어도 중학교라도 졸업을 하여야만 나중에 상급학교에 진학할 기회가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지나가는 말 정도로 등록 금이 얼마인지 물어보았고, 드디어 나는 마지막 등록금을 봉투에 넣어 그녀에게 주면서“아주머 니, 이 돈으로 딸애 등록금을 납부하십시오.”라고 하였더니, 한사코 받지 않겠다고 거절을 하였다. 나는“아주머니, 변호사법 위반 사건은 나로서 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 주머니의 외동딸의 등록금을 내가 대납을 하여 주어야만 나의 마음이 한결 가벼울 것 같습니다. 제발 받아 주십시오.”라고 하면서 억지로 봉투를 그녀의 떨리는 손에 쥐어 주었다. 그녀는“제가 죄를 지어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만 하지만, 등록금까지 마련해 주는 과장님은 전 날 이야기도 못 들어 보았습니다.”라고 하면서 두 눈에는 방울방울 이슬이 맺히는 것이었다. 이 일을 우연히 관내 출입기자가 알고 신문에 미담으로 내겠다고 하였다. 나는 기겁을 하고 기 사화 하지 못하도록 손사래를 쳤다. 이 일이 기사화되면 내가 무슨 표창장이라도 타서 승진이라도 빨리 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비 칠 수가 있어 나의 심정의 순수성이 훼손 당할 수 도있기때문이다. 이 일은 순전히 나 자신을 위로 받으려는 하나 의 보상심리에서 남에게 조그마한 선행을 한 것 이라 할 수 있기도 하다. 3 선인들은 세월을 일러‘無情歲月若流波’라 했던가! 그 후 나는 검찰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대구지 방법원에서 집행관을 하였다. 집행관이라는 자리 는 아귀다툼의 현장을 실습하는 자리이었다. 매일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살벌한 아귀다 툼의 생지옥이 전개된다. 마치 고기 한 조각을 먼 저 차지하려고‘고양이와 개처럼(cats and dogs)’으르렁댄다. 인간의 본성을 두고 맹자는 性善說을 주장하였 고, 순자는 性惡說을 주장하였는데, 채권자와 채 무자의 피나는 歷程을 보노라면 아무래도 인간의 본성은 성악설이 옳은 것 같고, 현재는‘인간의 본성이 성악설이 맞다’는 것이 학자들의 통설로 되어있다. 인간이 서로 다투는 것을 보노라면, 인간은 이 미 지성적인 존재를 포기하고 추악한 동물적 투 쟁을 계속하는 一群의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인간의 자연상태는 萬人의 萬人에 대한 투쟁상 태(bellum omnium contra omnes)의 세계’라 고 보았으며, 그곳에서의 개인의 생존은‘야만적 이고 더럽고 짧은 것(brutish, nasty and short)'이라고 하여 인간사회의 비천함을 강조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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