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법무사 1월호

隨│想 72 法務士1 월호 아직 한번도 뛰지 못했다고 하였다. 올 가을 풀마라 톤에 도전하기 위하여 매일 아침 이곳에서 연습하고 있다고 하였다. 내가 며칠전 프라하에서 열 번째 풀 마라톤을 완주하였다고 하자 그는 부러운 눈으로 나 를바라보았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이곳 다뉴브섬에는 자동차 가 보이지 않으니 어찌된 영문인가고. 돌아온 대답 은 뜻밖이었다. 자동차통행이 금지되어 있단다. 다 뉴브섬은 21km 전구간이 보행자와 자전거족들의 전용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길이 있으면 자동차가 다니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 던 나는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중에 비엔나시 지도를 보고 알게 되었지만, 다 뉴브섬은 3등분된 다뉴브강의 가운데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양쪽의 강폭과 거의 같은 폭의 땅이 강 한가운데에 강줄기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어 인공으 로 조성한 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인공이 전혀 가하여지지 않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 된섬이라고한다. 도심을 흐르는 이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강 한복 판에 이렇게 멋진 녹지를 갖고 있는 비엔나시민들은 정말 복받은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섬이 자동차는 얼씬도 하지 못하는 보행자와 자전거족들 의 천국이라니, 나는 이런 천혜의 대규모 녹지를 레 저활동과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그들의 처지 가 부럽기 짝이 없었다. 다뉴브섬 크기의 섬이 서울의 한강 한복판에 존 재한다면 지금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나는 순 간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십중팔구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들어서 있겠지. 탐욕스러운 천민자본세력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 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겠지. 그리하여 천혜의 소 중한 강 한복판에 거대한 콘크리트 숲이 들어서 그 러지 않아도 살풍경한 서울에 또 하나의 살풍경을 추가하고있겠지. 비엔나의 그 사내는 출근준비 때문에 그만 돌아 가야 한다면서 내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 다뉴브강변의 풍경을 놓 칠세라 여기저기 시선을 옮기면서 천천히 달렸다. 구시가지쪽 강변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5, 6층 높 이의 빛바랜 주홍색 지붕을 얹은 야트막한 건물들이 병풍을 쳐놓은 듯 강변에 도열하고 있었다. 그것들 은 서로 키재기 하지도, 시샘하지도 않으면서 어깨 를 나란히 한 채 사이좋게 거기 서 있었다. 강 주변에 고층건물이라고는 고딕식 성당 한 채 와 원통형의 현대식 건물 한 채가 전부다. 그곳에는 경쟁이라도 하듯 하늘을 찌르는 고층건물들의 난립 도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행렬도 볼 수 없었다. 거기에는 강을 독점이라도 하겠다는 듯 점령군처 럼 버티고 앉아 보행자들의 접근을 거부하려는 그 어떤 불온한 몸짓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뉴브강은 콘크리트숲과 고속도로에 갇혀있지 않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존 재하고있었다. 달리기 시작한 지 50여분, 티셔츠가 촉촉이 젖어 있다. 그만 돌아갈까. 오전에 오스트리아의 혼이 담 겨 있다고 하는 성 슈테판성당을 방문하고, 비엔나 의 번화가 케른트너 거리에서 그 유명짜한 비엔나커 피도 한잔하고, 또 오후에 귀국준비 하려면 아침부 터 서둘러도 시간이 빠듯하니까. 그러나 나는 다른 일정을 포기하는 아쉬움을 감 수하고서라도 내친김에 다뉴브섬의 끝까지 가보고 싶은 유혹을 떨칠 수 없었다. 나는 계속 달렸다. 10 여분쯤 더 달려 섬의 끄트머리에 닿았다.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