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무사협회 73 ▶▶ 동트는 새벽의 다뉴브강변을 달리다 섬을 경계로 양분되었던 다뉴브강은 이 지점을 기 점으로 다시 한몸이 되어 유정하게 흐르고 있었다. 나는 반환점을 돌아 강을 좀더 가까이에서 관찰 하기 위하여 강기슭의 비포장길로 접어 들었다. 강 물은 흐르는 듯 멈춘 듯 고요한데 아침햇살을 받아 은빛 물비늘이 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강물은 맑고 깨끗하였다. 수초 사이로 자갈과 모 래가 바닥에 깔려있는 것이 보였다. 다뉴브강은 이 이방인에게 그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염되지 않은 강물임을 증거하기라도 하듯 이른 아침부터 초로의 강태공 한 명이 강가에서 낚싯줄을 드리우고있다. 나는 순간 달리기를 잠시 멈추고 이 투명한 강물 에 발을 담그고 흐르는 땀을 씻고 싶은 충동을 느꼈 다. 강물에 내 육신을 적시면서 五感으로 이 아름답 고 푸른 다뉴브강의 맨살을 체감하고 싶었다. 아, 그러나 돌아갈 길이 너무 멀다. 계속 달리자. 나는 조금 빠른 속도로 한참을 달렸다. 길이가 50미터는 족히 돼보이는 커다란 바지선 한 척이 강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다뉴브강은 주변 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물자 수 송로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요시프 이바노비치의 왈츠곡“다뉴브강의 물결” 로 잘 알려진 다뉴브강은 독일에서 발원하여 그 본 류가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10개국을 거쳐 흑해로 흐 르고 있다. 러시아의 볼가강을 제외하면 장장 2850km에 이르는 유럽에서 가장 긴 강이다. 나는 다뉴브강이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 시내 를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이 곳 비엔나를 방문하고 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 그 맨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일정에 없던 다뉴 브강변 달리기를 하게 된 것이다. 시계가 7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다. 1시간 40분이 지났다. 저 앞에서 남녀 한 쌍이 천천히 달려오고 있 다. 붉은 커플 티셔츠를 입고 정답게 얘기를 주고 받 는 것을 보니 부부인 것 같다. 우리는 함께 아침을 달리는 행복한 부부라고 뽐내기라도 하듯 달리고 있 는 그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평소 달리기를 통하여 동고동락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달리기를 하 는 부부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부드럽게 온몸을 간질이는 다뉴브강의 강바람을 즐기면서 달렸다. 나는 오늘 동트는 새벽의 다뉴브강변을 달리는 동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천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덤 으로얻었다. 삶의 공간으로서의 도시는 그 주인인 인간이 주 눅들지 않고 따뜻한 인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인 간의 얼굴을 한 그런 모습으로 인간에게 봉사하는 도시가 진정 바람직한 도시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 각을해보았다. 마침내 다뉴브섬역에 도착하였다. 7시 20분이다. 2시간을 달렸으니 하프마라톤을 뛴 셈이다. 달콤한 피로가 온몸에 밀려왔다. 욕심 같아선 계속 달리고 싶었지만 그만 접기로 하였다. 훗날 이 도도하면서 도 우아한 역사와 음악의 도시 비엔나를 다시 찾게 되면 이 환상적인 다뉴브섬을 종단하기로 다짐하고 전철에 몸을 실어 숙소로 향하였다. 김 명 흠 │ 법무사(대전충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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