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법무사 2월호

68 法務士2 월호 隨│想 는지 모른다. 무궁화는 본디 싸움을 싫어하여 다 른 꽃들처럼 이른 봄부터 다투어 피지 않고 초여 름 7월경에야 은근히 꽃봉오리를 내밀기 시작하 여 늦 가을 10월이 다가도록 근 100여일을 끊임 없이 피고 지기를 거듭한다. 그렇다. 무궁화가 제 이름값을 하는 것은 뭐라해도 그처럼 아침에 피 었다가 저녁이면 져도 다시 아침에 꽃을 피워 내 는 줄기차게 이어지는 그 끈질긴 생명력이 아닌 가 한다. 선조들은 아마도 무궁화의 이런 모습들 을 보며 필시 나라의 무궁한 번영과 대대로 이어 질 자손만대의 창성을 마음속에 간곡히 기원했던 것은 아닌지 싶다. 무궁화는 너무나 순박한 우리 겨레의 습성을 닮아선지 소담스럽고 척박한 땅 어디에서나 아무 탈 없이 뿌리 내리고 잘 자라 우 리 주변 공원이나 길가 집 울담 아파트 단지 학교 의 정원 국도변에 곧잘 눈에 띄곤 한다. 어느 꽃 들같이 요염한 빛깔이나 향기를 뽐내지 않고 그 저담담한햇깔스런1) 맵시와 있는듯 없는 듯이 미 미한향기로벌나비를불러모을뿐이다. 오로지 자기 스스로를 낮추는 소탈함과 겸허의 미덕을 두루 갖춰서 마냥 군자의 기품이 서린 듯한 품위 있는 꽃이라고 끝내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 가 꽃심을 떠받친 5장의 꽃잎을 보라. 무릇 5의 숫자를 선호하던 동양 한자 문화권의 사고나 생 활습속 가운데 오행이니 오상이니 오복 등속의 말들은 오붓이 이네들의 삶을 훈훈하게 감싸주던 도타운 정서가 아니었던가… 무궁화는 또 시시때 때로 진딧물이 달라 붙어 괴롭혀도 떼거리 몹쓸 물컷들이 달려들어 한사코 찝쩍거려도 좀체로 말 라 시들어 죽는 일이 없다고 육종에 종사하는 한 전문가는 전한다. 온갖 수난을 떨치고 그렇게 꿋 꿋이 버팅기며 줄기를 세워 서 있는 무궁화 앞에 설라치면 그리 숱한 내우외환에 시달려 왔어도 지금 바야흐로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쳐 선 진화 시대로 발돋움하는 우리 조국의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눈길이 붉어 지며 옷깃이 절로 여며진다. 무궁화는 정녕 떳떳한 우 리의 자랑스러운 상징이요 우리의 의지를 가꾸어 주는 겨레의 얼이며 이 겨레의 단합을 북돋아주 는 참으로 슬기로운 힘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소중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의 무궁 화는 꽃 빛깔의 분포에 따라 백의민족을 상징하 는 순백색 계통의 배달계(대표 품종: 눈보라, 배 달, 새한, 옥토끼 등), 붉은 단심이 꽃잎에 깃들어 있는 단심계, 꽃잎에 띠모양의 줄무늬를 가진 아 사달계(대표 품종: 아사달, 평화 등)의 세 계열로 품종을 나누고 있다. 단심계는 또 꽃잎 바탕에 깔린 빛깔에 따라 백 단심계(대표 품종: 백단심, 새빛, 순정, 한마음, 한누리, 한빛 등), 홍단심계(대표 품종: 고요로, 꽃보라, 늘사랑, 불꽃, 산처녀, 수줍어, 새아씨, 새아침, 아사녀, 첫사랑), 청단심계(대표 품종: 진 이, 자옥, 파랑새 등)로 가르게 된다. 각 품종들을 눈여겨서 보면 볼수록 그들 고운 이름 만큼이나 애틋이 서려드는 아름다움과 소록 소록 이는 새로운 정감을 끝내 어찌하지를 못한 다. 이들 무궁화꽃이 주는 이러한 신비로움의 매 력은 꽃잎에 배색된 빛깔의 조화때문이라고 한 다. 그래서 보고 또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고 더 욱 소담스러운 아름다움에 이끌리게 된단다. 일 찍이 중국의 고전 <시경>에는 한 여인의 얼굴을 무궁화꽃에 비유해서 찬탄한 글귀가 엿보인다. 정나라에서 불리워졌다는 [유녀동거(有女同車)] 라는 시편인데 좀 미숙하지만 필자가 나름대로 관련된 구만 의역해본다.‘아가씨와 함께 수레를 탔는데 참도 예뻐라 얼굴이 무궁화꽃 핀 것 같네’ (有女同車 顔女舜華)2) 위 시편을 보다시피 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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