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무사협회 69 ▶▶무궁화를기리다 중국에서조차 칭송을 아끼지 않던 저리도 예쁜 우리 무궁화가 남도의 어느 지방에선가는 토박이 우리 말로 무강나무니 무꾸게라고도 불리운다고 한다. 무궁화라는 이름은 원래가 중국의 한자음 인 목근, 목근화(木槿, 木菫/木槿花)에서 오랜 세 월을 거치는 동안 전음되어 우리의 토착어(귀화 어)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목근(木槿, 木菫/mujin)이 무진-무긴-무궁으 로 차츰 변음되어진 것이라는데 이러한 사례로는 백채(白菜)가 오늘날 배추로 불리워짐을 보듯이 어느 면에서 수긍이 가는 점이 있기도 하다. 본래 취음이 많은 한자권에 속한 우리말을 들여다 볼 때 순수한 우리말도 한자어로 맞춰 쓰던 관례들 이 많아서 무궁화가 어쩌면 실제로 순수한 우리 말이 뿌리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무궁화 의 유래와 역사를 내외 문헌을 빌어 찾아 보면 중국의 아주 오랜 고전인 <산해경>에‘해동에 군 자의 나라가 있어 의관을 갖추고 칼을 찼으며 사 양하기를 좋아하여 다투지 아니하고 목근화(무궁 화)가 있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는 기 록이 있다. 또 <고금주>에‘천리에 이르는 방방곡 곡에 두루두루 무궁화가 많으며 당 현종이 신라 를 군자의 나라로 칭했다’는 기술이 보이며 우리 책 <고려 시표사>에는‘본국 스스로를 근화향이 라고 불렀다’는 대목이 있다. 앞의 기록들은 우 리 조선조의 서책인 <동국문헌비고>에 종합적으 로 잘 기술되어 있어 참고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우리 고서에는 이미 신라 시대에도 외국에 보내 는 국서에서 스스로를 근화향이라고 칭했다는 기 록이 엿보인다. 이러한 예의 기술들로 보아 일찍 부터 우리 한반도에 무궁화가 널리 분포되어 자 생되고 있었다는 데는 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 하다. 이토록이나 우리의 오랜 역사 속에서 변함 없이 겨레와 함께 암암이 슬픔과 고난을 같이 하 며 삶을 누리던 무궁화가 오늘날 말없이 우리에 게 전해 주는 참 뜻은 무엇일까. 스스로 물음을 던지며 골똘하니 생각에 젖는다. 한동안 빼앗긴 내 땅에서 마냥 복받치는 설움에 목메이던 꽃, 마 침내 압제의 사슬에서 벗어나던 날 짙푸른 내 하 늘을 우러르며 부푸는 새 희망과 들뜨는 기쁨에 벅차 울던, 바라보면 더 없는 정겨움이 솟는 꽃 한편으로 수줍음과 은근함을 그리고 끈기, 저 젊 잖스럽고 온화한 겸허, 어느 때 보아도 우리 품에 자못 넌지시 너그러움을 안겨 줄 듯 가득한 군자 의 기품이 서려 있는 듯한 고아한 아름다움과 함 께 신비로운 풍모를 지닌 나라꽃 무궁화. 어느 작고하신 고향을 북에 둔 원로 시인3)이이를노래 했던가. 겨레의 새벽부터 이 땅을 수 놓은 꽃이라 고. 겨레와 그 모진 고난을 함께 견뎌 온 꽃이라 고. 이 땅을 지켜 온 곧은 절개들의 넋이 서린 꽃 이라고. 그래서 이 땅 겨레에게 오늘의 소중함과 덧없음과 끊임없는 새로운 내일을 일깨워 주는 꽃이라고. 유 광 일 │ 법무사(의정부회) 1) 햇깔스러운: 늘 새로운 듯한 태깔, 샛 된으로 우리 말스럽게 필자가 만들어 쓴 말이다. 2) 순화(舜華): 우리 무궁화를 중국에서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이밖에도목근(木槿,木菫). 훈(薰), 순(蕣), 순영(蕣英), 일급 (日及), 등등으로도불리고있음이문헌상보인다. 3) 구상 시인을 이름. 필자가 본 글월을 맺으며 시인의 시편 전문을 빌어 썼음을 밝힌다.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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