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법무사 4월호

74 法務士4 월호 隨│想 안내원에게 물었다가“말을 삼가시라요. 김정일 장군이라고 하라요”라고 면박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했다. 새로 포장된 큰길을 따라 막다른 산기슭에 커 다란 김일성수령의 동상이 서 있는데 그 앞까지 는 언감생심 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이를 배경으 로 하여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으되 자칫 김일성 수령의 하반신이 사진에 나오는 사람에게 가리워 져 보이지 않게 될 경우 통관과정에서 삭제되는 것을보았다. 개성중심가를 벗어난 시골길을 마을 입구에는 어김없이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한 두명씩 부동 자세로서있다. 미루어 짐작컨대,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는것이아닐까? 인구 30만이라는 개성시의 중심지에는 아파트 와 단독주택이 혼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재건축을 했어야 할 낡은 아파트와 60년대 초를 연상케 하는 주택들이다. 회색빛 우중충한 건물, 거리를 지나가는 주민 들의 웃음기 없는 무표정한 얼굴, 남루한 옷차림, 이따금 낡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주민들의 모습, 시멘트로 포장된 4차선 도로가 휑하니 넓게 보일 만치 한산한 거리(과장이 아니라, 개성에 체류하 는 시간 동안 자가용은 보지도 못하고, 2차 대전 을 주제로 하는 영화에서나 보았음직한 트럭만 몇 대 보았다). 중심가를 조금 벗어나 구부러진 좁은 동네 고샅길은 가을 바람에 먼지만 표표히 날리는데 어린아이 서넛이 맨 땅에서 무슨 놀이 를 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열심인 것이 두어 뼘 작 은 버스차장을 통하여 스쳐 보인다. 이것이 북한 8대 도시의 하나라는 개성의 겉모습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그 내부는 들여다 보지 않아도 사는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겠다. 인간의 행복지수는 무 엇으로 측정되는가. 모두가 똑같이 못사는 세상, 그래서 비교의 상대가 없는 이웃들이 도토리 키 재기나, 우물안 개구리처럼 엇비슷한 생활환경에 서 오는 뒤틀린 만족감. 문득 가난의 질곡 속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특별한 놀이감이 없어 땅따 먹기나 술래잡기로 긴 여름 한나절을 무료하게 보내던 5,60년 전 어릴 적 고향마을이 생각난다. 이것이 공산주의가 말하는 평등의 사회란 말인가.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너무 많아 불평불만으 로 가득하던 내 마음에 잔잔한 동요가 인다. 어쩌 면 나의 불평과 불만은 복에 겨운 투정이 아니였 던가 하고 반성을 하면서 말이다. 남북이 통일 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지 상과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극단적 체재의 이질감 속에 서는 통일 또한 요원한 숙제다. 물에 빠진 자는 비 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 이미 비를 두려워하지 않 는 북한 동포들에게 우리가 먼저 따뜻한 옷과 음 식을 준비해 주는 아량을 베푸는 것은 어려운 일 인가. 무거운 마음을 안고 북녘땅을 뒤돌아서는 것은 비단 석양의 지는 노을 때문만은 아니였다. 최 정 욱 │ 법무사(전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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