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무사협회 71 친구(親舊) 인물은 알 수 없으나 어떤 사람이 외아들을 두었 는데 그 아들은 평소에 발이 넓어 친구가 많아 매 일 같이 친구와 어울려서 주식(酒食)을 같이 하면 서 하루도 집에 붙어 있을 날이 없기에 어느 날 아버지가 아들을 시험해 볼 요량으로 아들을 불 러서“너는 사생(死生)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많은 모양인데 아비의 친한 친구는 단 한사람이 지만 아버지와는 사생을 도모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친구인데 너의 친구도 그런 사람이 있느냐” 고 묻자 아들은 서슴없이“그런 친구가 있다”고 하기에“그럼 오늘 당장 너와 나의 친구를 한번 시험해 보기로 하자”는 수의가 되어 즉시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거적 대기에 둘둘 말아 싸서 지게 에 얹어 짊어지고 야밤 중에 아들 친구 중에 가장 친하다고 하는 친구 집에 찾아갔다. 아들은 친구와 만나서 하는 말이“오늘 내가 남 과 시비를 하다가 잘못하여 사람을 죽여서 하는 수 없이 시신을 지고 왔으니 자네가 시신을 처리 하고 나를 좀 숨겨 주겠느냐”고 말하였더니 그 친 구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노발대발하면서“어서 가라고 큰소리치며 당장 나가지 않으면 내가 살 인자로 관가에 고발하겠다”고 하기에 할 수 없이 물러나서 또 다른 친한 친구 집을 찾아갔다. 그 친구를 만나서 똑같이 말하였더니 그 친구 역시나 앞의 친구와 마찬가지로 당장 돌아가라고 냉대를 하기에 또다시 제3의 친구 집을 방문하였 으나 결과는 전기 두 친구와 같이 냉대 속에 되돌 아오게되었다. 그때 아버지는 그럼 이번에는 아비 차례이니 아비의 친구 집에 가보자고 하면서 찾아가서 아 버지가 아들 친구 집에 가서 아들이 말한 이야기 를 되풀이 하였더니 아비 친구는 서슴없이“어서 집으로 들어오게”하고서는 괭이와 삽을 가지고 와서는 마당 한쪽에 시체를 묻을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이것을 본 아버지는 친구에게 작업을 잠시 멈 추게 하고서는“저기 거적에 쌓여있는 것은 사람 의 시체가 아니라 삶은 돼지이니 이 고기를 빨리 썰어서 술이나 내오게.”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그 친구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어찌된 일이냐고 거듭 묻기에 방에 들어가서 술이나 나누면서 이야기 하자고 하고서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자초지종 사 실대로 이야기를 하고서는 서로가 박장대소(拍掌 大笑)를 하였다고 한다. 집에 와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하기를“보아라 너는 친구가 그렇게도 많지만 단 한사람 너를 위해 위난을 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으나 나는 단 한사람의 친구뿐이지만 발 벗고 나서지를 않았느 냐?”이렇게 하여 아버지의 말이 옳았다고 인정을 하고서는 그로부터 아들도 열사람의 친구보다도 단 한사람의 진정한 의리 있는 친구가 중요하다고 하 는 것을 깊이 깨우치게 되었다는 고사 한 토막이다. 사실 요즘과 같이 각박한 사회일수록 의리 있 는 진정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극히 힘드는 것 이다. 그것은 각자의 이해(利害)가 먼저 얽히여 있기 때문이며 특히 친구 간에 재산관계로 인하 여 사이가 벌어졌을 경우는 의리가 상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재물 잃고 사람 잃게 되고 심지어 는 끝내 원수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옛 성현 장자(莊子)가 말하기를 이해 관계로 모인 사람들은 곤궁함과 재해를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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