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법무사 7월호

대한법무사협회 57 ┃ 위대한바보 ┃ 문병하러 왔다가 꾀병 이야기를 듣고는“하느님 께서는 수환이를 참으로 사랑하시는 모양이다. � 생각해봐라. � 꾀병을부려도망가려고한너를벌 주기는커녕진짜병치료를해주는기회를만들 어주었으니이보다큰사랑이어디있겠니”라는 말에 하느님은 이 못난 부족한 나에게 그렇게 은 혜를주시다니감격의눈물이핑돌았다. � 그 후로는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과연 신부될자격이있는지하는또다른회의에빠졌 다. �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도 향을 준다 고 했다. � 사제의 길을 가려면 마땅히 그 같은 향 나무여야하는데자신이있느냐는자문에머뭇거 리기만했다고고백한다. 작가는 어느때 김 추기경님께 좀 진지한 인간 본연에관한질문으로“인간이끝까지지켜야할 가치는무엇입니까”하고물었다. 추기경님은“인간다움”이라고 하면서 현대인 들은돈이라는목적을성취하려고인간관계도져 버린다. � 돈을버는것이나쁘다는것이아니고돈 의노예가되는것이문제다. 정치현실만봐도정 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라야 하는데 우리 정치는 때로 눈물보다 진한 피까지 흘리게 한다. 인간이자기아닌남을도울줄알고배신아닌 신의를지키며사는것, 그것이인간본연의삶이 다. � 인간에게진리와정의와사랑과영적인삶없 이는인간으로살아갈가치가없다고했다. 김추기경님은성직자이면서도평소풍부한유 머와여유를� 잃지않는분이였다. 추기경님은 외국어에 능통해 몇 개 국어를 하 느냐고물었더니“나는두가지말을잘하는데하 나는 거짓말이고 하나는 참말이야”라고 대답해 모두를웃겼다. 2007년여름한언론과의대담에서추기경님은 스스로를바보라고했다. 동성중·고교개교 100 주년전에내놓은자화상의제목도“바보야”였다. “하느님은 위대하시고 사랑과 진실 그 자체인 것을 잘 알면서도 마음 깊이 깨닫지 못하고 사니 까”가 그 이유라 했다. � 아마도� 당신은 자신의 영 광보다하느님의영광을위하여살아가야한다는 것을보여주려한것일것이다. 추기경님은한자폐장애어린이가서툰솜씨로 그려준 자화상을 생전에 가장 아꼈다 한다. � 거기 에“바보야”라는 글을 붙여 항상� 스스로를 모자 란 사람으로 여기고 낮췄으며, 서울 교구장직에 서 물러나며 그동안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아 미안 하다고 한 겸손함과 혜화동 할아버지로 불리며 어린이 같은 미소에서 티 없이 밝고 따스한 인품 을엿볼수있게한다. 나는 김추기경님을 생전에 만난 인연이 있다. � 86년 6월 15일 서울 길동 성당에서 있었던 세례 성사에 추기경님이 오셔서 미사를 집전하셨다. � 그날영세받은영광스럽던기억은오래도록지워 지지않는다. 당신은 생전에 자신을“바보야”라고 하셨지만 그누구도바보로여길사람은없을것이다. 당신은그리스도의평화와참사랑을국민의가 슴속에 심어 주시고 국민적 애도 속에 가신 우리 시대의위대한바보였다. 당신은 가셨어도 여전히 우리들 곁에 평화의 등불로살아계신다. 당신은사제로서이승에서의소임을충실히완 수하였으니이제하느님의품에서영원한안식을 누리시기를기도합니다. 김 계 수│ 법무사(서울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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