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무사협회 73 Y와의만남 신 세종대왕의 후손이다. Y는 증조부 때 낙 향하여 시골에서 조용히 농사를 지어온 가계 규수다. 나는 혼례를 치르기 이전에 Y의 얼굴 한번 본일이없다. 어머니가 선을 보시고 너의 처로서 손색이 없다 하셨다. 나는 어머니의 말씀에는 무조건 승복하며 살아와서 어머니의 말씀대로 단 한 차례의 상면도 하지 않고 결혼을 하게 되었 다. 첫날밤에야 비로소 아내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Y의 집안은 왕손의 후손이어서인지 생활 형 편이 나의 집안보다 월등히 나은 편이었다. Y 는 재치가 있고, 예절이 바른 가문에서 성장하 여 어느 가문에서나 아내로서의 자격이 넘치는 여인이었다. 당시 길쌈도 잘하고, 음식도 잘 만들고, 바 느질도 잘하는 한 치의 빈틈이 없는 여인이 다. 목화로 실을 뽑아 베를 짜는데 다른 사람 이하루에열자를짜면Y는그곱인스무자 를 짜는 재질이 있을 정도로 재치가 있었다. 내가 결혼할 때 우리 집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고모, 나와 내 남동생 둘, 여동생 하 나, 나, 아내까지 8인 가족이었다. 남동생은 중학교, 여동생은 초등학교를 다녔다. 우리 집은 방 세 개가 있는 초라한 농촌가 옥에서 가난에 찌들어 보리밥으로 겨우 연명 해가는 처지였다. Y는 나와 결혼한 후 그 어 려운 살림살이에서 나와 동생들의 도시락을 싸야하고 밤늦게까지 베를 짜서 옷을 만들어 가족들을 입혀야 하는, 그야말로 눈물겨운 생 활을감내하였다. 결혼한 후 Y는 바로 아이를 잉태하였고, 9개월째 되는 날 나는 징집영장을 받아 추운 겨울(영하 15도) 군에 입대하였다. 나는 훈련 을 마치고 최일선에 배치되었고, 포탄과 총알 이 비 오듯 하는 전쟁터에 나갔다. Y는 내가 군에 입대한 후부터 매일 자시(밤 12시)에 우물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내가 무사 히 생환하기를 천지신명께 기도하였다고 어 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그 기도의 정성이 하늘 에 닿아 총알이 비 오듯 하는 전쟁터에서 내 가 살아남게 된 것으로 확신한다. 나와 Y는 아들 형제와 딸 넷, 6남매를 생산 했다. 6남매 모두 결혼하여 각각 2명씩의 자 식을 낳아 친손자와 외손자를 합쳐 손자가 12 명이다. 그 손자 12명을 성장시키며 Y의 손이 가지 않은 손자는 하나도 없다. Y는 자식과 손자를 내 몸보다 더 아끼고 사랑한다. Y와의 만남은 나에게 큰 행운이다. 나는 어 질고 착하고 예절이 바른 Y의 사랑을 듬뿍 받 으며살아왔다. 나는 Y를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 Y가 없는 세상은 암흑세계일 것 같다. Y가 있어서 내가 편하고, Y는 내가 있어서 편하다. 나는 Y가 보다 포근하고 행복하게, 보다 건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Y가 3년 전쯤 간경화에서 간암이란 진단을 받았다. 2007년 7월 11일, 복수가 차 서 배가 마치 풍선과 같았다. A 대학병원에 응급입원과 치료를 받았으나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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