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법무사 7월호

대한법무사협회 51 목격자를찾습니다 경찰의 조사과정은 의혹투성이였다. 사고 후 즉시 가족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점은 내가 가 장 불만을 가진 부분이었다. 혈압이 높았던 아 버지는 2년 전 상태 호전으로 약을 끊은 뒤 만 일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 다. 그날도 아버지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고 저녁 무렵, 내게 연락을 할 때에도 경찰은 그것 을 사용했다. 그 전화기의 단축번호1이 바로 나 였다. 경찰의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달려간 나는 변 두리 정형외과의 수술실에서 혼수상태로 누워 있는 아버지를 보고 기가 막혀서 울지도 못했 다. 행려병자로 취급된 아버지의 처지를 보고 화부터 치밀어 올랐다. “노숙자인줄 알았습니다. 사고 조사에 정신 이 팔려 있다가 휴대품 검사를 하는 과정에 핸 드폰을 발견했지요.” 담당 경찰관은 그렇게 무덤덤한 표정으로 변 명을 했다. 각종 운동기구와 휴게시설이 잘 설 비된 국망봉 등산코스 곳곳은 기차역이 가까워 잠자리를 얻지 못한 꽤 많은 노숙자들의 쉼터가 된 지도 오래된 일이었다. 아버지의 양팔에는 주사자국이 여럿 보였다. “피해자가 무슨 약을 복용하시나요?” 사고기록을 펼치면서 경찰관이 불쑥 말했다. “약이라고요?” 약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아버지는 혈압 때문에 벌써 20년 전에 술을 끊으셨어요. 그리고 꾸준한 운동 덕분에 정상을 회복하셔서 상복하던 혈압약도 지금은 드시지 않으십니다.” “혈액에서 이상한 약물이 검출되었어요. 지 금 성분을 분석 중인데, 피해자가 환각상태에서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신 것으 로보입니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아버지는 성격이 온 유하지만 법규나 질서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 여는 단호했다. 시간에 쫓긴 교장 승용차 운전 사가 조금이라도 신호위반을 할라치면 호통부 터 쳤다. 그런 분이 새벽 등산길에 환각상태는 또 뭔가. 사고발생 30분 전에 멀쩡한 정신으로 아버지가 집을 나가는 것을 목격했으므로 그 경 찰관의 말을 나는 전혀 수긍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40년간 교사생활을 하셨던 분입니 다. 아까 말한 대로 술이나 약은 전혀 입에 대지 않으셨고요. 이 지방에서만 근무하셨던 지난 20년 동안 새벽마다 같은 시간에 그 횡단보도 를 건너 국망봉 산행을 하셨습니다. 한 번도 이 런 사고를 당한 일이 없으셨어요.” 나는 정확한 사고조사를 주문했다. 담당 경찰 관은 노골적으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정황으로 봐서 행려병자의 무단 횡단사고로 종 결하려던 게 분명했다. 경찰은 가해자를 지나치게 배려하고 보호하 는 듯 했다. 아무리 종합보험제도가 정착되었다 지만 피해자가 의식불명으로 중태인 교통사고 였다.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긴 뒤로도 가해자 나 그 가족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합의조 차 시도하지 않고 있음에도 아직 가해자가 어떻 게 조치되고 있다는 말은 없었다. 변호사와 보 험회사 직원만 한 차례 다녀갔을 뿐이었다. 몇 번이나 간청을 했음에도 담당 경찰관은 가 해자의 이름 외에는 어떤 것도 알려 주지 않았 다.‘피의사실 공표’라는 장막을 쳐놓고 가해자 의 인권만 주절대는 수사기관의 행보는 참 꼴불 견이었다. 그럼 피해자의 권리는 무시해도 되느 냐고 항의하다가 보험회사 직원을 통하여 가해 자가 이 지역 국회의원의 가족 운전사란 사실만 겨우알아냈다. 나는 사고수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보름간 휴가원을 냈다. 기말고사 중이긴 하지만 지난 3년간 연속하여 진학반 담임을 맡았던 터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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