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법무사 7월호

대한법무사협회 53 목격자를찾습니다 “그럴 리가…, 참 정정한 분이라고 생각했는 데요.” 김 기사는 가까운 거리에서 아버지를 관찰했 다면서 걸음도 정상이었다고 말해 주었다. “좀 도와주세요. 이쪽은 의식불명이어서 어 떤 주장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일이 잘되면 꼭 약 속한 보상금을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그렇지만 보상금 바 라고 이러는 것 아닙니다. 사고를 목격하고도 돕지 못한 가책 때문이지요. 운전기사가 범죄현 장을 신고하거나 수습하면 택시 개인면허 취득 의 가점을 받지만 그땐 첫 열차를 타기 위해 시 간에 쫓기는 손님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이런 것을 두고 직업의식이라고 하는 거겠지. 조급했던 마음 한편에서 비로소 기대 섞인 안도 감이 뭉클뭉클 솟구쳤다. 경찰조사만 제대로 되 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 우선 마약복용과 교통 위반으로 사고를 당했다는 아버지의 불명예를 씻게 될 것이다. 아버지가 정신을 차리면 그 점 을 가장 못마땅해 할 것이다. 아들의 입장에서 는 뇌진탕으로 인한 의식불명이 가장 걱정이지 만…. “사고 때문에 경황없는 사람을 오래 붙드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요.” 저녁식사를 하자는 나의 간청을 그는 완곡하 게사양했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함께 경찰에 가 봅시 다.” 그는 말을 마친 뒤 바로 일어섰다. 보상금을 좀 올리라던 또 한 사람의 목격자가 밤늦게 다 시 전화를 했지만 좀 미루어 두었다. 사고의 정 확한 경위가 밝혀진다면 어떤 고통도 감수할 생 각이지만 돈으로 증거를 흥정하는 사람과 만나 는 것이 좀 꺼림칙했다. 다음 날은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다. 경찰서 조사실 안은 침침한 편이었고 담배연기로 자욱 했다. 내가 사고 목격자라고 김 기사를 소개하 자 담당 경찰은 귀찮은 표정부터 지었다. 습관 적인 것 같았다. 거의 20여 분을 미적거리다가 진술을 받기 시작했다. 김 기사가 자신의 인적 사항을 말할 때까지 아무도 내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고 운전자가 20대였어요.” 김 기사는 어제 내게는 말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부터 진술을 했다. 담당이 주위를 황겁히 둘러보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좀 나가 계시지요.” 나는 김 기사의 말을 계속 듣고 싶었으나 어 쩔 수 없었다. 지금까지 경찰이 신병을 확보한 가해자는 40대 중반인 사내였다. 와르륵. 내 귀 에는 그들이 구성해놓은 조사의 틀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더 이상 간섭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입증할 수 있죠?” 내가 조사실 문을 열 때쯤 담당이 김 기사에 게 물었다. 무슨 말인가. 목격자의 진술에 대하 여 다시 증거를 대라는 말인 듯 했다. 문 주위에 서 얼쩡거리며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젊 은이가 사고 즉시 피해자에게 달려가면서 어디 론가 전화를 하더라는 말이 들렸다. 신호등이 바뀌자 바로 차를 출발했으니 김 기사가 현장을 목격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 고 운전사를 정확히 봤다는 것은 결정적이었다. “아니, 담당이 뭐 저래요?” 경찰서 정문을 나오면서 김 기사가 투덜거렸 다. 그는 현상금보다 개인택시 면허를 위한 가 점에 많은 기대를 건 사람이었다. 그의 목격담 이 형사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사용됐다면 분 명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담당 경찰이 그의 말을 믿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목격자에게 증거를 대라니…. 이건 별로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그 젊은이를 김 기사와 대질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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