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法務士2010년7 월호 소설 하면 이 진술의 진정성은 금방 확인이 될 텐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아버지는 자동차에 받힌 부위의 골절상 외에 는 신체적으로 큰 손상은 없었다. 그렇지만 허 공에 떴다가 바닥에 떨어질 때 머리를 부딪쳐 뇌손상을 가져온 것이 치명적이었다. 사고 후 사흘이 지나도록 아버지는 전혀 의식을 회복하 지못했다. “선생님, 우리 회사 앞으로 나와 보세요.” 다음 날 아침, 김 기사의 다급한 전화가 왔다. 같은 사건의 목격자를 찾는다는 플래카드가 또 붙었다는 것이다. 순간 나는 담당의 못마땅한 얼굴이 퍼뜩 떠올랐다. 어제 경찰서를 나올 때 부터 조금씩 엉겨오던 불안감이 한꺼번에 심연 을 채우고 넘쳐버렸다. 그것은 내가 만들어 걸 었던 것보다 두 배나 더 컸다. - 목격자를 찾습니다. 6월 14일, 새벽 5시 × ○에서 60대 남자와 벤츠 승용차의 교통사고를 목격하신 분에게는 후사하겠습니다. 그 플래카드에 적힌 연락처 2군데 중 하나는 분명 경찰서 조사계의 전화번호였다. 표면상으로는 전혀 진척이 없는 것 같았는데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째 되는 날, 집으로 2 통의 등기우편물이 도착했다. 하나는 5천만 원 짜리 변제공탁서였고 또 하나는 경찰서장의 사 건처리에 관한 통지서였다. 그런데 처리결과 난 을 훑어보는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혔다. 「혐의 없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의식불명으로 누 워있는데 가해자에게 범죄의 혐의가 없다니…. “이젠 우리 손을 떠났으니 검찰에 가서 말하 세요.”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사고현장 을 목격한 김 기사의 진술은 뭐냐고 항의하는 내게 담당은 그렇게 퉁명스레 대답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아버지의 병상 주변과 길거리를 헤매 면서 벌써 일주일을 보내버렸다. 김 기사가 목 격자 진술을 해주겠다고 나섰던 일을 제외하면 그동안 무엇 하나 시원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2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내가 자리에 앉자 검사가 건네는 첫마디는 참 부드러웠다. 순간 지난 일주일간 경찰서에서 당 했던 억울한 감정이 금방 사라지는 듯했다. 아하, 이래서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요 인권옹 호기관이라고 하는구나. 나는 내가 가르치고 있는 사회 교과서의 내용 을 떠올리며 이런 검사라면 부탁을 받고 적당히 사고를 덮어버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적 어도 사고 당시의 정확한 상황만이라도 밝혀내 어 환각상태에서 무단횡단하다 사고를 야기했 다는 아버지의 혐의는 벗겨줄 줄 알았다. 이때 만 해도 나는 가해자를 고용한 국회의원이 검사 장 출신인 것을 전혀 몰랐다. 다만 조사경찰관 의 언행이 어째 심상치 않다고 막연히 느끼고 있었을뿐이었다. 물론 검사는 경찰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에 뚜렷한 근거는 없었다. 다만 주위가 정돈되고 외견상 청사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풍기는 깔끔 한 느낌 때문에 그렇게 안도했는지 모른다. 어 쩌면 좀 더 엄밀히 말한다면 사건이 검찰에 송 치되자마자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공탁금이 도착했고 이것은 위로금의 성격이라는 설명에 더욱 마음이 누그러졌을 것이다. 이 공탁금 말 고도 병원비 일체는 보험회사에서 지급할 것이 었다. 나 자신도 피해에 대한 배상에는 큰 불만 이없었다. “그동안 경찰을 지휘해서 현장을 중심으로 철 저한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사고 차의 현상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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