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법무사 7월호
대한법무사협회 57 목격자를 찾습니다 지켜보지 않았다면 마음 한편에 의심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든 그런 오명만은 벗겨 드리고 싶었다. 아버지가 자리에 없으니 이제 텅비어사람사는집같지가않았다. 나는학교 만 마치면 그 국회의원의 집 주위를 배회했고 사고차량을미행했다. 사고 후부터 그 집 아들은 집과 학교 외에는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추려낸 정보에 의하면 23살인 그 집 아들은 난봉꾼에 다 술망나니였다. 그런 그가 열흘이 넘도록 유 곽 근처에는 전혀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다. 이 지방에서 벤츠 C230을 가진 젊은이는 몇 되지 않아 신분은 금방 드러났지만 행적은 밝혀내기 가어려웠다. 나는다시현장주변으로돌아왔다. 속도단속 을 하고는 있지만 이곳을 지나다니는 자동차는 거의모두 과속을 했다. 꽉막힌도심에서 이곳 만지나면갑자기탁트인강변도로로진입하게 되는장소적특성때문인것같았다. 신호를 따라 횡단보도를 수십 번 건너보기도 했고 아버지가 자동차에 받혀 튕겨나갔던 장소 에도 몇 번이나 둘러보았다. 인도와 차도가 제 대로구분되지않은장소에새벽마다연로한분 들이수십명씩출입하는곳이어서사고는필연 적으로발생하기마련이었다. 시청에서는왜이 런곳을방치하고있을까. 순간나는다시아버지팔에난주사자국을떠 올렸다. 뒤에 링거를 놓을 때 생긴 자국을 비교 해 봐서 알았지만 사고 첫날 오른쪽 팔꿈치 안 쪽 정맥에 난 것은 일반 주사자국이 아니었다. 뭔가 급하게 찌르다가 긁힌 상처자국 같았다. 아, 전에 TV에서본어떤연예인의히로뽕주사 를 놓던 바로 그 부위였다. 그렇다면 아버지에 게 누가 주사바늘을 찌른 것은 아닐까. 나는 갈 급한심정으로부근산기슭을더듬어나갔다. 4 남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하면 주거침입죄가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남 의자동차문을따고들어갔을때무슨죄가성 립될까. 물론자동차에흠집을낸다면손괴죄에 해당할것이므로아무손상도입히지않고내부 만조사한다면어떨까. 사고 현장 부근 산기슭에서 주사기를 찾아낸 뒤 내가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이 아들의 자동차 를열어보는일이었다. 만일수사기관이가해자 에게초점을맞추었더라면이일은벌써그들이 밝혀냈을것이다. 며칠동안야산에서방치되어 말라버린주사기안에무슨성분이남아있는지 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사고차 안에같은주사기가있는지를알아내는것도못 지않게시급한일이었다. 한가지고무적인일은사건이검찰에송치된 다음 날, 헌법재판소에서 중요한 판결이 하나 나왔다는사실이었다. 종합보험에만가입하면피해자가중상일때에 도‘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는 법 규정이 헌법 에불합치한다는판결이었다. 이판결에따라대 검찰청에서는새로운교통사고처리기준을마련 한다는소식도흘러나왔다. 물론이사건의가해 자가 새 처벌기준에 들더라도 소급효는 없겠지 만앞으로고등검찰청에항고를거쳐법원에재 정신청을하는데에는도움이될것이다. 보름 만에 기회가 왔다. 그 집 아들이 모처럼 담 끝의 야외주차장에 차를 세운 것이다. 새벽 2시경에 나는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기량을 총 동원하여차문을여는데성공했다. 차량밑에서 틈새로 기구를 밀어 넣어 도난방지용 경보장치 부터 벙어리를 만든 후 조수석의 문을 따고 들 어갔다. 그러나기대한주사기는어디에도없었 다. 나는그 대신에 차안의 모든 물건들을 훑으 며 지문을 떠나갔다. 이 일을위하여 문을 따는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