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무사협회 57 목격자를찾습니다 지켜보지 않았다면 마음 한편에 의심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든 그런 오명만은 벗겨 드리고 싶었다. 아버지가 자리에 없으니 이제 텅 비어 사람 사는 집 같지가 않았다. 나는 학교 만 마치면 그 국회의원의 집 주위를 배회했고 사고차량을 미행했다. 사고 후부터 그 집 아들은 집과 학교 외에는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추려낸 정보에 의하면 23살인 그 집 아들은 난봉꾼에 다 술망나니였다. 그런 그가 열흘이 넘도록 유 곽 근처에는 전혀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다. 이 지방에서 벤츠 C230을 가진 젊은이는 몇 되지 않아 신분은 금방 드러났지만 행적은 밝혀내기 가어려웠다. 나는 다시 현장 주변으로 돌아왔다. 속도단속 을 하고는 있지만 이곳을 지나다니는 자동차는 거의 모두 과속을 했다. 꽉 막힌 도심에서 이곳 만 지나면 갑자기 탁 트인 강변도로로 진입하게 되는 장소적 특성 때문인 것 같았다. 신호를 따라 횡단보도를 수십 번 건너보기도 했고 아버지가 자동차에 받혀 튕겨나갔던 장소 에도 몇 번이나 둘러보았다. 인도와 차도가 제 대로 구분되지 않은 장소에 새벽마다 연로한 분 들이 수십 명씩 출입하는 곳이어서 사고는 필연 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시청에서는 왜 이 런 곳을 방치하고 있을까. 순간 나는 다시 아버지 팔에 난 주사자국을 떠 올렸다. 뒤에 링거를 놓을 때 생긴 자국을 비교 해 봐서 알았지만 사고 첫날 오른쪽 팔꿈치 안 쪽 정맥에 난 것은 일반 주사자국이 아니었다. 뭔가 급하게 찌르다가 긁힌 상처자국 같았다. 아, 전에 TV에서 본 어떤 연예인의 히로뽕 주사 를 놓던 바로 그 부위였다. 그렇다면 아버지에 게 누가 주사바늘을 찌른 것은 아닐까. 나는 갈 급한 심정으로 부근 산기슭을 더듬어나갔다. 4 남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하면 주거침입죄가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남 의 자동차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때 무슨 죄가 성 립될까. 물론 자동차에 흠집을 낸다면 손괴죄에 해당할 것이므로 아무 손상도 입히지 않고 내부 만 조사한다면 어떨까. 사고 현장 부근 산기슭에서 주사기를 찾아낸 뒤 내가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이 아들의 자동차 를 열어보는 일이었다. 만일 수사기관이 가해자 에게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이 일은 벌써 그들이 밝혀냈을 것이다. 며칠 동안 야산에서 방치되어 말라버린 주사기 안에 무슨 성분이 남아 있는지 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사고차 안에 같은 주사기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도 못 지않게 시급한 일이었다. 한 가지 고무적인 일은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다음 날, 헌법재판소에서 중요한 판결이 하나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종합보험에만 가입하면 피해자가 중상일 때에 도‘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는 법 규정이 헌법 에 불합치한다는 판결이었다. 이 판결에 따라 대 검찰청에서는 새로운 교통사고 처리기준을 마련 한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물론 이 사건의 가해 자가 새 처벌기준에 들더라도 소급효는 없겠지 만 앞으로 고등검찰청에 항고를 거쳐 법원에 재 정신청을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보름 만에 기회가 왔다. 그 집 아들이 모처럼 담 끝의 야외주차장에 차를 세운 것이다. 새벽 2시경에 나는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기량을 총 동원하여 차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차량 밑에서 틈새로 기구를 밀어 넣어 도난방지용 경보장치 부터 벙어리를 만든 후 조수석의 문을 따고 들 어갔다. 그러나 기대한 주사기는 어디에도 없었 다. 나는 그 대신에 차안의 모든 물건들을 훑으 며 지문을 떠나갔다. 이 일을 위하여 문을 따는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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