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6월호
“손자가 아들 핏줄이 아니라카데예” 김 명 조 I 법무사(경기북부)·소설가(제8회 ‘한국문협 작가상’ 수상) 어느 날 법무사 K를 찾아온 윤 할머니. 사업수완 좋았던 아들이 12억대의 재산을 남기고 덜컥 교통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단다. 모든 재산은 며느리와 손자에게 상속되고, 자신은 맨몸으로 쫓겨나게 되었다고 하소연 하는데, 문득 손자 때문에 아들부부의 다툼이 잦았다는 말을 들은 법무사 K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들 재산, 어머니에겐 한 푼도 상속 안돼 도로변이긴 하지만 사무실이 외진 탓인지 법무사 K는 자포자기 상태에 처한 고객들을 자주 대한다. 작년 이 맘때 사무실 문을 빠끔히 열고 고개만 들이민 채 ‘여기도 마찬가진가?’라며 조심스레 안의 눈치를 살피고 섰던 윤경화 할머니(가명)의 표정에도 그런 체념이 가득했다. 그러니까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법 무사 사무실마다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며 묻고 또 물으며 여기까지 온 것이 분명했다. 무슨 일이시냐고 몇 번 을 묻고 나서야 못이긴 척 안으로 들어선 윤 할머니는 풀기 없이 웃으며 상담석에 앉았다. “세상에. 무신 이리 기 막힌 일이 다 있노, 그래.” 신세 한탄하는 모습이 흡사 얼빠진 듯 맥이 없었다. K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한 10여분 그렇게 앉아있었을 것이다. 윤 할머니가 주섬주섬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윤 할머니는 남편과 1남 3녀를 낳아 오순도순 살고 있었는데 남편과 딸들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거의 실신 상태였던 그녀는 겨우 살아남은 어린 아들을 끌어안고 삶의 의지를 추슬렀다. 그래. 누야들 못다한 거 니가 다 해봐라. 오랜 상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녀는 남편과 딸들의 사망보험금으로 수령한 돈을 밑천으로 장사를 하면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아들을 키웠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마친 아들은 군대까지 다녀와서 사업을 시 작했다. 정말 지 누나들 몫까지 살 욕심이었던지 아들은 하는 일마다 슬슬 풀려 많은 돈을 모았다. 뒤늦긴 했지 만 중매를 통하여 결혼도 한 아들은 사업장 부근에 많은 부동산을 사들였다. “어무이요. 인자 맛있는 거 잡숫고, 좋은 구경하면서 편안히 사시모 됩니더.” 궁핍한 생활을 통해 절약이 몸에 밴 그녀에게 아들은 용돈도 듬뿍듬뿍 쥐어 주었다. 그래. 이런 재미와 낙을 볼라꼬 그 고생을 안 했나. 그래. 그래. 내 새끼. 그녀는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들 자랑과 용돈자랑을 하고 다녔다. 그런데 호사다마라는 옛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좋은 일에는 꼭 마가 꼈다. 아들의 마흔 살 생일이던 석 법무사 K의 현장실화 ‘사건과 판결’ 52 『 』 2012년 6월호 【 제2화】 상속등기 원인무효소송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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