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6월호

달 전 어느 날, 지방출장을 다녀오다가 또 교통사고가 났다. 아들은 중환자실에서 열흘 을 버티다가 숨을 거뒀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살만큼 산 나는 놔뚜고 지 누야들 몫까지 살아야 되는 저 아 아를 데꼬 감미꺼.” 그녀는 1달 내내 끼니도 거른 채 통곡을 하며 지냈다. 사고 후 며느리는 입을 봉했고 눈 도 마주치지 않고 있어 정말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아들 내외가 결혼한 이후에도 함께 살며 잔소리를 하 면서 아직 살림을 내주지 않은 것 때문에 며느리와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살던 집 팔고 종적 감춘 며느리와 손자의 출생 비밀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낯선 사람이 찾아와서 자기가 이 집을 샀으니 비워달라는 것이 아닌가. “무슨 소리요? 이 집은 내 아들 집이라요. 당신이 뭔데 비우라 마라 카는기요? 참 별스런 사람도 다 있대이.” 윤 할머니는 그 사람들을 대문 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잠가버렸다. 그런데 그럴 일이 아니었다. 등기권리증 을 꺼내 흔들면서 이 집을 당신 며느리로부터 샀노라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 앞에서 그만 전신의 맥이 풀려 버 렸다. 정말, 그러고 보니 며느리 얼굴 본지가 꽤 오래됐다 싶었다. 말도 없이 친정으로 가버린 것 같았다. 그녀 는 인근 도시에 있는 사돈집으로 달려갔다. “이기 무신 소리고? 아범 집을 우찌 니가 팔아 묵었노?” 그녀는 며느리를 만나자마자 역정을 내며 따지고 들었다. 며느리의 형제들이 몰려왔다. 남편이 죽었으면 처 가 재산을 상속받는 것이 당연한데 왜 이러십니까? 그들은 미안한 표정도 없이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했다. “뭐라꼬? 상속? 그기 뭐꼬?” “상속도 모르세요?” 그런 비아냥거림은 사돈집에서만 들은 것이 아니었다. 이웃사람들도 그랬고 아까 버스에서 내려 한 집 한 집 들려본 법무사 사무소 사람들도 모두 그랬다. 상속도 모르면서 이런 곳을 기웃거리는 것이 딱하다는 표정들 이었다. “아들 재산이지만 할머니에게는 상속권이 없어요.” 비웃는 것인지 동정하는 것인지 그 말을 들으면서 윤 할머니는 서서히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한 군데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보이는 대로 법무사 사무소는 모 두 들어가서 물었다. “나는 인자 우짜모 좋심미꺼? 아들이 사놓은 재산을 며느리가 다 가져가모 나는 어찌 살라꼬?” 윤 할머니가 꺼내놓은 통장에는 아들이 주었던 용돈, 70만 원이 고작이었다. K는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의 위 치와 아들의 이름을 물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들 소유의 부동산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대지 70평과 건평 30 평의 건물 한 채, 공장용지 500평에 공장건물 100평짜리 1동, 논 900평, 밭 400평, 모두 공시지가로 12억 원에 달했는데 이미 상속등기를 필했고 집은 다른 사람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었다. K는 윤 할머니의 위 임을 받아 사무원을 시켜 상속등기 신청서를 복사해오도록 했다. 아들이 사망한 날로부터 1달이 채 되지 않아 상속등기가 이뤄져 있었다. 아들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처와 자녀 1명이 나란히 기재되어 있었다. 2살짜리였다. 결국 윤 할머니는 상속권이 없었다. 아들에게 몇 십억 원의 재산이 있더라도 이 할머니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손자가 한 명 있네요.” 법무사K의 현장실화 ‘ 사건과 판결 ’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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