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6월호

법무사 K의 현장실화 ‘사건과 판결’ I 【 제2화】 상속등기 원인무효소송 사건 “가 때민에 둘이서 많이도 싸웠재. 아들은 지 새끼 아니라카고…. 살림나는 문제로 가들 사이가 그리 좋지 못했어예. 며느리가 친정에서 몇 달 지내다 온 적도 있고.” 윤 할머니는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아, 그래요?” K는 그녀의 넋두리를 들으며 상속규정을 재빨리 떠올렸다. 가장이 자식 없이 사망하였을 때 처에게 1.5, 부 모에게 1의 지분이 상속된다. 뭔가 윤 할머니를 도울 일이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넋두리가 사실이라면, 손자 가 아들의 핏줄이 아니라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기왕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이런 식으로 쫓아낼 작정을 한 것 같으니까 이 일로 인하여 가정의 평화가 깨질 일은 없을 것이다. 손자와 유전자 불일치, ‘친생자관계부존재 소’ 제기하며 가처분 신청 K는 윤 할머니 집으로 가서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손자의 칫솔과 털모자 속에서 머리카락을 찾아내어 유전 자감식을 신청했다. 요즘 이 업무를 취급하는 기관이 많이 생겨 감식비용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열흘 뒤 나온 결과는 할머니의 말 그대로였다. 두 사람의 유전자는 전혀 달랐다. K는 이 유전자 검사결과를 가지고 윤 할머니를 원고로 하고 손자(법정대리인 며느리)를 피고로 하여 법원에 손자가 아들의 자식이 아니라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소’를 제기하면서 농지와 공장관계 부동산, 그리고 주택의 5분의 2지분에 대하여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보전처분을 담당하는 판사는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도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보정명령을 내렸다. 유전자 시 험성적서를 첨부했음에도 판사는 왜 가처분이 필요하며, 윤 할머니와 며느리, 현 주택 소유자간의 법률관계를 입증하라고 했다. 가히 습관적인 보정명령이었다. 주택이 매매된 사실은 등기부등본에 기재되어 있고 손자가 아들의 혈육이 아닌 것이 입증되면 아들이 남긴 재산 중 5분의 2는 윤 할머니가 상속한다는 사실, 주택을 이미 처분한 며느리는 나머지 부동산도 곧 처분할 예정이라는 부연설명을 하여 보정서를 제출했다. 거의 일주일에 걸쳐 씨름을 하다가 대상 부동산의 등기부에 가처분이 기입되었다. 가사 재판부는 병원을 지 정하여 정식으로 윤 할머니와 손자 간에 유전자검사를 할 것을 명령했다. 윤 할머니는 매일 K의 사무실에 나와 서 결과를 묻고 또 물었다. “내가 아들을 어떠키 키웠는데 지 년이 재산을 모두 가로챈단 말고. 어림 반 푼 어치도 없제.” 노인네는 신이 났고 점점 의기양양했다. 분명히 누군가 며느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말하기도 했 다. 처음사무실에들어섰을때의그추레하고실성한듯한모습은사라지고없었다. K는공연히기분이좋았다. 며느리 측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한 것 같았다. 의도적으로 유전자감식을 피하고 있는 눈치더니 어느 날 사무 장이라는 사람이 K에게 전화를 했다.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하시죠?” “적당한 선이라면?” “2억 원을 드리죠.” 2억 원? 유산에 대한 공시지가를 계산해도 12억 원이 넘었다. “어떻게 계산한 거죠?” “계산할 것 뭐 있어요? 적당히 해결하시죠.” 54 『 』 201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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