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6월호

며느리의 오빠가 찾아와 거래를 제안했다. “법 무사님만 입 다물면 그만 아닙니까? 법무사님 몫으로 2억 원을 드리죠. 여기서 그 만둔다고 누가 나무랄 것도 아니고 법무사님 이 책임질 일도 아닌데요 뭐.” 그렇지만 K는 돈에 유혹될 법무 사가 아니었다. “사람 잘 못 보셨군요. 돌아가 세요. ” K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그는 욕설을 퍼부은 뒤 나가버렸다. “그렇게는 안 됩니다.” K는 전화를 끊었다. 다른 부동산은 몰라도 주택에 관해서는 며느리가 애를 태울 만했다. 하자가 있는 부동 산을 매도했으니 매수자로부터 형사상 사기죄로나 민사상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을 추궁 당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윤 할머니 지분에 대한 거래시가 이상의 금액이 아니면 이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며느리, 유전자 감식 불응으로 패소하자 “2억 주겠다” 회유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유전자 감식에 응하지 않자 가사 재판부는 두어 번 독촉을 한 후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호적과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고 나니 며느리의 오빠 된다는 사람이 K를 찾아와서 거래를 제안했다. “법무사님만 입 다물면 그만 아닙니까? 법무사님 몫으로 2억 원을 드리죠. 여기서 그만둔다고 누가 나무랄 것도 아니고 법무사님이 책임질 일도 아닌데요 뭐. 할머니께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사실 윤 할머니에게는 사건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진 않았다. 아무리 시시콜콜 말해주어도 상속지분이 어 떻고 친생자관계부존재 소가 뭣인지에 대해 납득할 분이 아니었다. 안심하세요. 잘 될 겁니다. 그런 확신 찬 말 만으로 족했다. 그렇지만 K는 그런 돈에 유혹될 법무사가 아니었다. “사람 잘 못 보셨군요. 돌아가세요.” K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그는 욕설을 퍼부은 뒤 거칠게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찾아올 상속재산 전부에다 처 분금지 가처분을 집행해 놓았으므로 서둘 것은 없었다. K는 차분하게 소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먼저 당사자 관계를 명시한 뒤 지금까지 상속등기 절차가 취해진 과정, 그리고 피상속인의 아들에 대한 친생자관계 부존재 소의 결과를 적었고 마지막으로 윤 할머니에 대한 법정상속지분에 대하여 명시를 했다. 청구취지는 이미 이뤄진 해당 부동산의 상속등기에 대하여 손자가 상속한 5분의 2 지분은 원인무효로 인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해 달라고 정리했다. 그냥 이전등기를 구해도 되겠지만 등기를 할 때 취득세에서 차이가 날것이고, 특히이미소유권을타인에게넘긴주택에대하여는무효가아니면회복이불가능하기때문이었다. 이렇게 정상절차를 취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건이 그렇듯 이 경우에도 합의를 하는 것이 피차간 이익이 될 것 이기 때문이었다. 재판이 윤 할머니의 승소로 끝나더라도 재산분배를 위해서는 모든 재산을 경매로 처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감정평가액이나 경락가격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결국 상대방의 변호사가 직접 나섰다. 법조 주변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감정평가사에게 실가를 감정하여 그 5분의 2를 지급받았다. “실버타운 같은 곳은 시설도 좋고 편합니다. 돈 아끼지 마시고 편히 사세요.” K는 윤 할머니가 내미는 봉투를 고맙게 받으면서 그렇게 당부했다. 그 봉투의 액수는 문제가 아니었다. K는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이미 보람이라는 선물을 풍성히 받았다.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보람 있는 날이 과연 얼 마나 될까? ▒ 법무사K의 현장실화 ‘ 사건과 판결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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