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6월호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 부디 형사처벌만은 면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여인을 바라보는 내 속도 그리 편치는 않았다. 아이는 인터넷에 거짓으로 핸드폰을 판다는 글을 올렸고, 그 말을 믿고 입금한 사람들의 돈을 편취했다. 이 사실이 들통 나 현재 검찰청에 사건이 송치되어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병치레와 생활비를 벌려고 제가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기 시작했지요. 그때가 우리 맏이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땐데 부모의 보살핌도 못 받고 갑자기 어려 워진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도 남 편이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 그럭저럭 살만해졌는데 요즘 다시 불경기가 찾아와 형편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자꾸 엇나가게 된 거 같아요.” “그렇군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것은 상당히 지능적인 것이고 의도적인 것인데, 고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요?” “어릴 때부터 오락실을 다니면서 게임을 했고, 지 금은 PC방엘 자주 들락거려요. 그러다 보니 그런 짓 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청소년이 PC방에 자주 들락거리다 보면 나쁜 친 구를 사귀기 쉽고, 함께 어울려 나쁜 짓도 하게 될 수 있다는 걸 아셨을 텐데요.” “예, 그랬죠. 그래서 달래기도 하고 으르기도 하며 못 가게 했지만 막무가내였어요. 엄마 아빠가 없는 집에는 들어오기 싫다는 거예요. 우선 먹고사는 것이 급하다 보 니 차라리 오락실이나 PC방에 다니는 게 낫겠다는 생 각도 들어서 지켜보며 그저 기도만 열심히 했지요.” 현재 피해자는 대학생 세 명으로 총 피해액은 35만 원. 두 명의 피해자들과는 합의가 이루어졌고, 한 명은 괘씸하다면서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럴 때는 부 모가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서야 한다. 일단 부모가 피 해자와 합의에 나서도록 하고, 검사가 가정사의 숨겨 진 정황을 충분히 파악해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정서 작성을 권유하기로 했다. “네? 진정서라뇨?” 진정서라는 말에 놀란 토끼눈이 된 그녀는, 법무사 님 제가 글을 어떻게… 대신 써주시면 … 비용은 충분 히…라며 안절부절 못했다. “아닙니다. 진정서 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요. 지금까지 저와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한 번 적어보세 요. 훌륭한 한 통의 진정서가 될 겁니다. 엄마가 직접 펜을 들어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 진정서는 누 구도 무시할 수가 없지요. 물론 비용도 절약되고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처지라면, 진정서에 최선 을 다해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절실한 마음을 담은 진정서를 스스로 쓰게 한다면 형편이 어려운 그녀에 겐 일석이조의 방법 아닌가. 결국 여인은 조금은 풀이 죽은 목소리긴 했지만, 열심히 한 번 써보겠다는 약조 를 하고 일어섰다. 지갑을 열어 상담료를 치르려는 걸 내가 만류했고, 결과가 좋으면 받겠다며 돌려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별이 왔다. 다행히 기 소유예 처분을 받았단다. 아마도 그녀의 진정서에 검 사의 마음이 움직였나보다. 며칠 후 사무실 앞으로 감 사 편지와 함께 정성스레 포장된 책 선물도 도착했다. 잊지 않고 사례를 한 마음이 고마웠다. 가난한 의뢰인을 대하는 법무사의 애티듀드와 죄를 지은 아들을 구하려는 어머니의 애티튜드. 그녀와 나 의 마음가짐이 합작으로 이루어낸 어느 봄날의 성공 사례가 100점짜리 인생의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랴. ▒ 법무사 일기 63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