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7월호
수상 47 나의오른팔에게 진 광 근 I 법무사 (대구경북) 수상 삐거덕!! 주위 사물이 정지된 것은 잠시, 긴장된 균형이 깨어지자 가슴 한 쪽에서도 “삐거덕”거리며 무엇 인가 내려앉는다.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던 그날 밤, 희미한 세상의 경계선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 까?’ 우리가 갇힌 곳은 4평 남짓한 독방. 4평 남짓 독방에 갇히고 나서야 너와 나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인 것을 알게 되었다. 흰 수의 를 입고 곡을 하는 사람처럼 처량한 너의 뒷모습에는 툭툭 떨어진 살점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징역 3주를 선 고받았으니 1개월간은 독방감금은 면할 수 없으니 그 사이의 모든 소망은 접어 두어야 한다. 자유를 박탈당한 4평 남짓 공간에서 너와 내가 몸을 눕혀야 하고 세끼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서로를 위로하며 받아들이자. 등골을 빼어 먹을 듯이 우리를 감시하고 억압하는 흰 가운 입 은 사람들의 고압적인 태도도 서로의 온기로 이겨나가자. 이곳에서 처음으로 대하는 밥과 반찬을 깨작거리 던 허한 속은 이미 밥 한 사발을 더 탐하고 있지 않더냐? 한동안은 말을 잊었고, 사방이 백짓장 같았던 너와 나도 이제 그리 어리둥절하지 않게 되지 않았느냐? 사시사철 한강변을 달리며 가쁜 호흡을 쉬었고, 굵은 땀방울을 흘린 후 들이켰던 시원한 맥주 한 잔이, 탄 력 있는 고무공을 좇아 허공을 가르는 라켓의 결 스치는 소리가, 푸르고 눈부신 미끈하게 뻗은 성삼재 천왕 봉 지리산 종주구간이, 다시금 꿀 수 없는 하룻밤 꿈처럼 아득한 것은 사실이다만, 4평 남짓 * 독방에도 창문 이 있어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이 산빛과 한 가지가 아니더냐. ‘그래! 그러고 보니 우리가 함께 하지 않은 곳이 없었구나!’ 온세상 화려한 불꽃에만 눈 멀었던 나는 빛바랜 기억 속에 니가 있을 뿐이었는데, 너는 빛나던 시절을 뒤 로 하고 나의 오른팔 * 로 언제든 호출하면 빗길 눈길 가리지 않고 와주곤 하였다. 가여울 정도로 여위었고 까 칠해진 너의 모습을 너의 외마디 비명을 듣기 전에는 알지 못하였다. 저 세월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 다만 후일에 보상하리라. 시간이 흘러 2일에 한 번씩 감시를 받아야 하는 조건으로 4평 남짓 독방에서 풀려 나왔을 때,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너의 해방이었다. “우리가 풀려나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지리산이었던 것을 기억하니?” 성삼재에서 천왕봉을 넘나들 때 흘러가는 산과 물을 껴안은 벽소령의 눈부셨던 봄빛은 지금도 감동으로 남아있다. 주범으로 몰려 하얀 수의를 몸에 걸치고 3개월간 그들의 감시를 받던 니가 드디어 세상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던 날, 흰 수의는 가위로 잘리어 벗기어 나갔고, 속살 간질이던 단단한 껍질을 벗기어내자 지금까지 스쳐 지나간 시간이 고통이든 추억이든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후일, 자유를 갈망하는 자가 있다면, 뼈마디에 구멍이 뚫리지 않는 한도의 속박을 경험하라. 진정한 자유 는 속박의 그늘에서 피어나는 것이니. ▒ * 4평 남짓 : 1인 병실 * 오른팔 : 기브스 한 오른팔(산악자전거 타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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