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7월호
세개의호적을가진아내 김 명 조 I 법무사(경기북부)·소설가(제8회 ‘한국문협 작가상’ 수상) 아내가 사망하고 함께 일군 부동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되었다며 법무사 K를 찾아온 대처승려 박 씨. 알고 보니 그의 아내 유순자의 호적이 3개로, 각 호적간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 상속등기가 불가능했던 것. 2천만 원도 채 되지 않은 부동산으로 발품 값도 안 나오는 사건이었지만 신신당부하 며 매달리는 박 씨를 뿌리칠 수 없어법무사 K는 복잡한 ‘이중호적정정신청’ 사건을 맡게되는데… ‘전적지 연결 불가’, 본적이 다른 5개의 제적등본 혹시 속이 답답해서 방방 뛰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함께 휩쓸리면 절로 스트레스에 전염될 것 같은 그 런 분위기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날 법무사 K를 찾아왔던 대처승려 박 씨가 그랬다. “수십 년 농사를 짓고 그 소출로 명줄 이어온 농진디 소유권이 공중에 붕 떠버렸다요, 글씨.” 연방 한숨을 푹푹 내뿜으며 불평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난생 초면인 그에게 법무사 K는 마땅히 할 말이 없어 그저 제풀에 안정되기만 기다렸다. “30년 전에 밭을 사서 마누라 앞으로 해 놓았는디 얼마 전 마누라가 시상을 버려 뿌렸소. 그란디 호적이 잘 못돼서 내 앞으로 할 수가 없다는구먼.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당가요?” 남의 사무실에서 그러고 있는 것이 스스로도 멋쩍었던지 오래잖아 박 씨는 들고 있던 대봉투의 내용물을 꺼 내 탁자 위에 놓았다. 맨 위에 상속등기신청서가 보였다. 등기신청을 했다가 되돌려 받은 문서였다. K는 또 남 의 뒤치다꺼린가 싶었지만 때가 묻고 보풀이 일고 있는 문서 뭉치가 안쓰러워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신청 서 표지에는 붉은 색연필로 ‘각하’라고 갈겨쓴 글씨가 보였고, 그 밑에는 좀 작은 필체로 ‘피상속인 전적지 연결 불가’라는 표시가 있었다. K는 문서를 받아들고 먼저 제적등본을 펼쳐 보았다. 아, 괴발개발로 된 제적부였다. 언젠가 K는 일제시대와 해방 무렵 작성된 제적등본을 읽어주고 수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며 한 95% 정도를 한 글로 옮겨준 것 같다. 의뢰인의 말에 의하면 상속사건에 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재판부에서 사건의 열쇠 가 되는 제적부의 번역본을 제출하라는데 변호사는 그것을 원고인 자신에게 미뤘다고 한다. “변호사님이 좀 해주세요.”하며 부탁을 했지만 그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단다. 옛날 호적부를 작성하던 면서 기들의 필체는 대체적으로 참 유려했으나 이 건처럼 한문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도 읽어내기 어려운 경우가 꽤 있었다. 법무사 K의 현장실화 ‘사건과 판결’ 【 제3화】 이중호적 정정신청 사건 48 『 』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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