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7월호

“아드님의 잘못이 없다고 해도 그 여성은 수치심을 느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불가항력을 주장하거나 돈으로 해결하기에 앞서 먼저 상대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지요. 그 여성의 목적이 돈인지 아닌지도 그때 가서 판단할 일이고요. 상황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먼저 그 여성부터 설득하세요.” 히 밝혀져야 제가 도울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풀이 푹 죽어서는 말했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하면 되겠나….” “보세요, 선배님. 아드님은 미래가 창창한 대학생입 니다. 그런 청년에게 성추행 혐의가 있는가 없는가로 계속 다투게 되면, 결과야 어떻든 성 추행범 이미지에 서 벗어나기 힘들게 되고,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이 사건은 일단 조사가 계속되는 것을 막는 게 최선이에요. 그러려면 피해자 여성의 입장을 수용 하고 고소 취소를 받아내야 합니다. 고소 취소가 되면 사건은 공소권이 없어져 더 이상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그 여자는 돈을 요구할 거란 말일세. 모범 생인 내 아들이 절대 그랬을 리는 없고, 결국 돈 욕심 이 나서 그랬다는 결론밖에 안 나거든.” “그 여성이 직접 돈을 달라고 했었나요?” “아니 뭐…, 아직 만나지는 않아서….” “그러면 지레짐작이신 거네요?” “뭐…. 그런 셈이지.” 두 시간 가까운 상담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전 검찰 수사관으로서 오랜 경험을 통해 나는 법 을 잘 모른다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법’ 이란 사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순리에 기초한다. ‘法’이라는 한자도 물 ‘수’(水, )변에 갈 ‘거’(去)로 ‘물 흐르듯 한다.’ 즉, 마땅한 이치나 도리를 뜻하는 ‘순 리’(順理)를 의미하고 있다. 상식에 기초해 생각하면 누구나 마땅한 도리를 알 수 있는데, ‘법을 잘 모른다’ 면서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은 것 이다. “선배님. 말씀처럼 아드님의 잘못이 없다고 해도 그 여성은 수치심을 느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불가항력을 주장하거나 돈으로 해결하기에 앞서 먼저 상대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지요. 그 여성의 목 적이 돈인지 아닌지도 그때 가서 판단할 일이고요. 무 조건 무죄를 주장하면서 무고니 직권남용이니 하게 되면 새로운 분쟁이 불거지게 됩니다. 아드님의 상황 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먼저 그 여성부터 설득하세요. 그런 다음에야 제가 도와도 도울 수가 있습니다.” “으음 ……”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그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튼 고맙네. 고소장을 써주긴 어렵겠군. 난 그만 가겠소.”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에 2시간 동안 애를 쓰고도 상 담비용 한 푼 못 받은 건 그렇다 치자. 문제는 법무사가 법무사 노릇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게 이렇게나 어렵 다는 사실이다. 아. 세상만사 ‘法’대로만 풀린다면…! ▒ 법무사 일기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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