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였어요. 큰 산 밑 야산은 모두 밭으로 개간되어 모두 분할해 팔아먹었고 저 흰 큰 산만 남겨 두었는 데, 그 산은 돌산이라 아무 쓸모 없는 산이에요. 한 푼의 값어치도 없는 산이지요. 그런데 그 산을 거저 얻어가지고 있던 누군가가 무슨 감언이설을 했는지 몇 년 전에 서울 모 회사에 그 산을 잡혀서는 많은 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한 마디로 사기를 친 땅인 거지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우리는 정말 깜짝 놀 라서 ‘‘무슨 말씀입니까? 그 부동산은 수백 억짜리 부동산이 아닌가요?” 했더니 "뭐 수백억? 그래서 당신들이 정신없는 사람이란 거여! 수백억은커녕 단돈 1원도 안 나가. 이 정신없는 사람들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총 맞은 사람처 럼 멍하니 한참을 서 있었 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 요, 내가 자청해서 한 일이 아닌가.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내가 분명 미친 짓을 한 것인가. 한참 의 정적을깨고사무장이 말했다. “그냥 돌아가야겠네요. 한 푼의 가치도 없다는 말 을 듣고서 이 거액의 채권을 건지겠다는 부동산임의 경매신청서를 어떻게 접수하겠어요. 양심이 있지.” 그렇다. 양심은같았다. 약자를돕는것은상식인 데 당연히 고객을 도와드려야지 않겠는가.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는 사무장과는 사무실에 가서 거짓말 로 대충 어물거리기로 입을 맞추고 그냥 돌아가기 로 결정을 했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의 머릿속은 복 잡하기만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업무범위를 ‘완전 이탈해 버린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인가. 한 푼의 값어치도 없다 는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신청을 한다면 그 경매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이고, 신청서를 접수해 회사 \ ( 一」O_ I \ 68 r법 무사』 2012년 11월호 에 손해를 입힐 순 없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적 은돈에 눈이 멀면큰돈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말. 적은 이익만을 노리면 큰 돈이 될 만한 일이 오지 않는 법이다. 그래 그래, 잘한 결정이다. 사무실에 가서는 대충 거짓말로 둘러대자.' 믿을 수 없는 결과에 혼절한 전무이사 다음날 사무실에 도착하니 내 속을 알 리가 없는 동료들은 모두가 수고했다며 반겨주었다. 나는 속 으로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매를 맞기로 결심 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곧 대표소장이 다가와 “그 래 수고했다. 잘 접수했겠지?”하고 물었다. 나는 죄지은 머슴마냥 머리를 푹 수그리고는 생 각해둔 대로 "원주법원에 도착하니 회사에서 법원 에 전화를 넣어 우리가 도착하거든 회사 사정상 부 동산임의경매 신청서류를 접수하지 말고 그냥 되돌 려 보내라고 했다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돌아왔습 니다” 하고 거짓말을둘러댔다. 그랬더니 소장이 "뭐야? 허. 그거 참 좋다 말았 구만"하고 비꼬면서 곧 그 회사에 대해 욕을 퍼붓는 것이었다. ‘그래. 웃자 웃어….’ 이 모든 것을 감수키 로 한 나는 씁쓸한 미소만 지으면서 조용히 사무실 경리에게 출장비만 공제하고 제반 경매신청 비용을 모두 챙기게 한 후에 서류와 비용을 정리해서 그 회 사로찾아갔다. 이 모든 사정을 알 리 없는 전무이사는 반갑게 나 를 맞이하면서 다녀온 결과를 다 같이 듣고 싶었던 지 담당이사와 부서 담당직원들까지 모두 불러 모 았다. “그래, 김 사법서사남 접수는 잘하셨는지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접수를못했습니다.” "네? 아니, 왜요? 무슨 일입니까?" 전무이사가 당황한 듯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저로서는 이 회사를 위해 한 푼이라도 덜 손해를 보게 하려고그냥왔습니다.” "네. 무슨 말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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