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3월호
50 『 』 2013년 3월호 거액상속자 L할아버지의죽음 【제11화】 8억 차용증 필적감정 사건 김 명 조 ■ 법무사(경기북부) · 소설가(제3회 ‘한국소설가협회상’ 수상) 법무사 K의 고객으로 10년 지기인 L 할아버지. 슬하에 3남1녀를 두었으나 혼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 며궁색하게살고있다. 그러던어느날갑자기수전노약사딸이심장마비로급사하고, 독신이던딸이축적한 재산을 단독 상속받게 된다. L 할아버지의 딸이 남긴 재산은 약국이 있던 3층 상가건물과 살던 아파트만 해도 36억 원 정도. 기타 통장과 현금, 건물 임대료 등까지 치면 엄청난 액수였다. 그러나 죽은 누나의 재산을 가로 채기위해혈안이된아들삼형제는 ‘거짓차용증사건’까지벌이며할아버지를압박해오는데... 경비원 L 할아버지의가난한세아들과부자딸 요즘 세상에 죽을 때까지 사람답게, 그리고 여유롭 게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의 재산이 있어야 할까. 열 심히 일해 가족을 부양하고 먹고 싶은 것 가려 먹을 정도는 되지만 법무사 K는 여태 그런 문제를 구체적 으로 생각해 보거나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돈 역시 다다익선이라고 장담을 하 긴 한다. 그러나 가끔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들 의 비보를 접하면서 갑자기 너무 많은 돈을 움켜쥐는 것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며, 정도껏 벌어서 사람답 게 사용한다면 그것도 복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생각 하고 있었다. 그런데 L 할아버지 사건을 곁에서 지켜 보면서 K는 이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법무사 K가 L 할아버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차임 을 장기연체하고 있는 임차인의 처리 문제를 도와달 라는 의뢰를 받으면서부터였다. 당시 부인과 사별하 고 변두리의 15평짜리 낡은 집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 던 L 할아버지의 직업은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부인 이 사망한 뒤 집이 너무 적적한 것 같아 반찬값이나 하려고 노동일을 하는 사람에게 방 한 칸을 월 10만 원에 세를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임차인이 벌써 10 개월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세도 주지 않으니 그 사 람을 내보내고 다른 사람을 들일 수 있도록 도와 달 라는 것이었다. K는 우선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하였 고, 사람이 거주하지 않아 송달불능이 된 소송서류는 야간특별송달을 거쳐 공시송달로 처리한 뒤 판결을 받았다. 판결이 확정되자 집행관의 요청으로 보증인 2명의 참여 하에 문을 열었다. 방에는 이동용 옷장 1 개와 이부자리 몇 개, 그리고 부엌에 식기와 취사도 구 몇 개가 있을 뿐이었다. 이 물건들은 L 할아버지 의 창고에 넣어놓고 보증인이 보는 앞에서 사진촬영 을 해두었다. 그 일이 끝난 뒤 L 할아버지는 별다른 일이 없는데 도 수시로 K의 사무실에 들락거렸고 때론 생활비가 떨어졌다면서 약간의 돈을 빌려가기도 했다. 일흔 넷 이라는 나이보다 늙어 보이기는 했으나 상당히 성격 이 좋았고 사귐성이 있는 분이었다. 간간이 들려주는 말에 의하면 L 할아버지에게는 3남 1녀가 있는데 맨 위가 장녀로 약사라고 했다. 세 명의 아들들은 직업 법무사 K의 현장실화 ‘사건과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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