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4월호

34 『 』 2013년 4월호 실무포커스 ▶ 경영 실무 대한민국법률시장마케팅의변화 “30년 넘게 변호사 일을 했는데 간판 보고 들어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지.” 『법률신문』에 입사하던 지난 2002년경 한 원로 변호사에게 들은 말이다. 따로 마케팅의 필요성이 없었다는 말이겠다. 물론 그 분은 판사를 지낸 전관 변호사이기는 했다. 그래도 그때는 고위직 판사나 검사를 지내지 않았더라도 개업만 하면 의뢰인을 만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던 시절이었다. 원로변호사의 이 말은 과거의 법률시장이 인맥 마 케팅에만 의존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살아오며 쌓 은 학연과 지연, 혈연 등이 고객을 모으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원시적 형태의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입소문 마케팅)이 전부였다. 이런 시장 에서는 애써 고객을 만나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 고 객이 느끼는 서비스의 만족도를 체크하고 평가할 필 요도 없다. 어차피 올 고객은 올 것이고 그들만으로 도 충분히 행복한 법조인의 생활이 가능했다. 이러한 형태의 마케팅이 통했던 저변에는 전문가 의 권위가 깊숙하게 반영돼 있다. 사건이 진행되는 내내 변호사의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더라도 ‘워낙 바쁘셔서 그러려니’ 했다. 전문가에 대한 권위 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일까 두려워 제대로 된 불만 표시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누구 소개로 왔는지’가 중요했다. 제 값 주고 사건을 맡기면서도 조금이라 도 성의 있는 업무처리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사돈 의 팔촌이 가진 후광이라도 업어야 했다. 결과가 그 리 만족스럽지 못해도 뭐라 따져 묻기도 곤란했다. 이런 상황은 당시 법무사업계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웬만한 법률상담은 문 앞에 자리잡고 앉아 있는 직원이 처리했다. 법무사의 상담이라도 받으려 면 사건을 의뢰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비춰주며 그 직 원의 문턱부터 힘겹게 넘어야 했다. 그야말로 공급자 중심의 마케팅 마인드가 뿌리 깊게 박힌 시장이었다. 이 시절의 법조인들에게 마케팅은 ‘강 건너 불’이 었다. 쓸데없이 돈만 드는 일이었다. 고등학교나 대 학교 동문회에 간간히 얼굴을 비추고 라이온스클럽 같은 사회단체에 가입해 적당히 품격을 유지하면 의뢰인이 절로 찾아오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시장 마케팅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변호사가 연간 1 천 명씩 배출되기 시작한 첫해다. 이때를 기점으로 언론에는 변호사 취업난이 대서 특필되기 시작했고 변호사업계 내부에서도 시장포화에 대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기존의 백화점식 영업을 버리고 특 정분야에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등장 했다. 발빠른 법무법인들은 소속변호사들을 분야별 전문팀으로 재편해 전문성 확보에 나섰다. 법률시장의 이러한 변화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제 품수명주기 이론’(PLC·Product Life Cycle)에 비 추어 봐도 설명이 가능하다. ‘제품수명주기 이론’이 란, 제품에는 ‘도입-성장-성숙-쇠퇴’의 일정한 수 명주기가 있고 새로운 제품이 등장할 때마다 이 주 기가 반복적으로 진행된다는 이론이다. 경영계에서 는 이 이론을 효과적인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세 우기 위해 제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파악 하고 미래 전략을 세우는 기초자료로 사용한다. 매출액 시간 상품수명 주기 단계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시장의 필요에 부합해 탄생한 모든 상품들은 위 의 그림과 같은 수명주기를 보이게 된다. 혁신적인 상품수명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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