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4월호

49 고는 하지만, 그래도 주저앉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암담한 심정으로 항소를 준비했다. 1심에서 주장했던 사실 가운데 판결에서 결정적으로 오류를 범한 손해 액 산정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다시 한 번 싸워보기 로 했다. 비참한 일이지만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금 융기관에 대출도 받아놓았다. 항소이유는 1심 재판의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 았다. 실마리를 풀어가는 단추는 1심 재판에서 원고 가 손해를 입증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돈을 몇 차례에 걸쳐 대여한 사실에 대한 증거로 예금 통장의 일부를 발췌하여 제출했는데, 나는 일차적으로 채권자의 금 융거래사실 전체를 모두 파헤쳐 볼 요량으로 2년여 동안 거래한 사실 전체에 대한 조회를 신청하였다. 그런데 조회결과 뜻밖에도 원고와 채무자 사이에 거래된 부도덕하고 건전치 못한 거래 관례로 짐작되 는 몇 가지, 나에게 유리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과연 채무가 존재하는가 하는 의심이 들만큼 새로운 부분 이 발견된 것으로, 고심 끝에 원고를 소송사기로 형 사고소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소송사기 형사고소 사건은 무혐의 결정을 받고 말았다. 항소심 쟁점 역시 ‘법무사의 위임사무 범위를 어떻 게 보아야 할 것인가’였고, 나머지는 1심 재판과 같이 손해의 범위로 채권의 존재들이 핵심 쟁점이었다. 손 해의 범위도 많이 줄어들 만한 증거는 나름대로 충분 히 찾아내는 성과도 얻었다. 「법무사법」이 정한 위임사무의 범위도 쟁점화 시켰 다. 망외에 소득이라면 법무사와 변호사의 직역 차이 는 우리 「법무사법」이 명시하고 있는 위임사무에 관 한 규정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었으며, 「변호사법」 이 특정 직역 종사자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을 부여하 고 전폭적인 특혜를 베풀고 있는지도 이번 재판 과정 에서 알게 되었다. 이 사건은 법원이 법무사의 위임사무의 범위를 어 떻게 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법적 판단에 맡길 것 인가, 아니면 일반인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자는 취지 에서 사무의 범위를 지나치게 유추 확대하되 법이 명 시하지 않은 범위는 판례 형식으로 넓혀가야 하는가 의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후자를 택한다면 법무사에게 위임사무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유추해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주의의무를 부과해야 하는 근거로 법리적 타당성을 어디서 확보하게 될지도 나로서는 관심거리이며, 여 전히 의문으로 남게 되겠다. 사실 여부를 떠나 고도 의 민감한 판단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뜻하지 않게 도 이러한 결과에 이르고 만다면 법무사 책임은 대폭 넓어지게 되고 이것은 곧 법무사에게는 상당한 업무 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끝내 알리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공 개적으로 협회에 알려 도움을 청하고, 협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머지 문제는 사실 모두 산술적 인 문제이고 결과가 그렇다면 법무사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항소심 절차에서 어렵지 않게 터득할 수 있었다. 소송준비 절차와 변론 절차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소송에 임했다. 결과는 원고 청구기각이었고, 판결 이유는 “법무사 의 위임사무는 계약 당사자의 위임계약에서 그 책임의 소재를 찾아야 할 것으로, 이를 입증할 증거도 없이 법 무사라는 직책 때문에 위임사무의 범위가 명시적으로 약정되지 않은 부분까지 확대되거나 유추해서 법원이 함부로 위임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원고의 배당요구 신고 사무까지 피고에게 위임하였다 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는 이상 막연하게 간주 해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그러므로 그 이상의 문제는 더 나아가 살펴볼 여지 도 없어 기각을 구하는 피고의 주장대로 판결에 반영 되어 버렸다. 나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사실 상고심은 역시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수한 날들 을 고민하고 고뇌하며 고통 속에 싸워왔던 지루한 싸 움은 허망하다 싶을 만큼 쉽게 끝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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