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4월호

수상 ‘늙은 말’의 지혜 안 재 문 ■ 법무사(부산회)·대한법무사협회 감사 오늘날 우리는 유래에 없는 고령사회를 맞고 있지 만, 이상하게도 노인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가 않다. 나이 많은 사람 중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 강한 사람도 많고 고학력자와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 람도 많은데, 사회적으로 노인들은 가난하고 병들고 역할이 없는 비생산적 인구, 의존적 복지 수혜 대상 자의 이미지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년기는 본인의 준비와 노력 정도에 따라 새로운 인생의 모험과 도전기가 되며, 비록 신체적으 로는 노쇠 과정에 있지만 지적, 정서적, 인격적, 영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성장 하고 있어 젊었을 때보다 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또, 노인기에는 기억력은 저하되지만, 지혜와 현 명(賢明)함은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어느 과학 실험에 의하면, 과거 험난한 시절 어려운 형편으로 초등학 교만 졸업한 노인과 대학을 졸업한 어린 손자들을 비 교해 봤을 때 노인이 훨씬 현명하고 지혜롭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는 과거의 세상살이 경험으로 습 득한 교훈에서 얻어진 결과라는 것인데, 인생을 살아 가며 다양한 아픔과 슬픔, 상실(喪失)의 경험에 맞닥 뜨리며 감내해 왔던 것이 사람을 겸손하고 현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규칙만 알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은 그 예외도 안다. 젊은이가 더 빨리 걷지만 그 길은 나이 많은 사람이 더 잘 안다. ‘늙은 말의 지혜’라는 중국의 고사 ‘노마지지(老馬之智)’에서도 노인들의 현명함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이 명(名)재상 관중 (管仲)과 함께 군사를 일으켜 고죽국 정벌에 나섰다. 전 쟁을 끝내고 돌아오던 중 혹한 속에 길을 잃고 말았다. 진퇴양난에 빠져 군사들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나섰다.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합니다.(老馬之智可用也)” 군사들은 즉시 늙은 말을 한 마리 끌고 와 고삐를 풀 어놓고 앞장세웠다. 말을 따라가자 얼마 안 되어 큰 길 이 나타나 무사히 돌아왔다. 세상에는 젊음의 패기와 열정만으론 풀기 힘든 일 들이 있는 법이다. 아프리카에서 노인 한 명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한 다. 학교나 책이 변변히 없는 아프리카에서 교육은 주로 노인들의 옛이야기나 격언을 통해 이뤄지기 때 문일 것이다. 이 시대에 나이 많은 사람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 어들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생생하고 풍부한 현장 의 지혜를 갖춘 노인들이 무수히 많다. 이들의 도서 관 못지않은 지식과 경험, 지혜와 능력을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었으면 한 다. 더 이상 노인들이 우리 사회의 ‘잉여’로 취급받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 사회 당당한 일 주체로서 자리 매김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74 『 』 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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