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1월호

중3 아들의 일기, “지루한 일상이 너무 싫다” 예전에 자기만의 서재가 있는 사람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셋인지라 항상 안방 침 대나 거실 소파에서 뒹글거리며 책을 읽었다. TV로 스포츠중계를 보다가 책을 읽었고, 거실에 적바림 할 수첩을 준비해 두었다가 무언가를 적을 때마다 심심한 막내는 슬며시 다가와 헤살짓곤 했다. 큰딸과 둘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타지에 유학 (遊學)하면서 지금은 둘째가 쓰던 방을 서재로 사용 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졸리면 자고 밤새워 글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다가 그 방에서 우연히 둘째가 중학교 3학년 때 쓴 일기를 읽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충격적이었 다. 아들아, 미안하다. 너의 허락을 받지 않았지만 한 치의 가감도 없이 그대로 일기 일부를 공개한다. 2006년 11월00일 학교 가는 길에 PC방에 들렀다가 40분 지각했다. 물론이사실이들통나지않았다면아빠엄마에게혼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담임선생님께서 내가 조회 때 까지오지않자집에전화를한것이다. 2006년 11월00일 오늘또사고를쳤다. 학교에서선생님의허락도받 지 않고 3, 4교시 무단결과를 했다. 내가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공부도 않고, 하 는 일도 없이 말도 안 듣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내자신이싫다. 모든것이무의미하다. 매일매일이똑같다. 학교에와서공부하는것도아 니고, 노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나 때우다가 하루가 간다. 지루한 일상이 너무 싫다. 내일은 오늘과는 다 른새로운일이생겼으면좋겠다. 데쟈뷰- 어디선가 많이 본 글 같다. 어디서 읽었 더라? 그렇다.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나는 책장에 꼭꼭 숨어 있던 이 책을 꺼내들고 미친 듯이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장을 넘기자 먼동이 터오고 있었다. 나같이 엄청난 거짓말쟁이는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대단하다. 만약 내가 잡지 같 은것을사러가게에갈때, 누군가어디가느냐고물 어본다면, 나는오페라를보러간다고거짓말을한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스펜서 선생에게 운동기구를 가지러 체육관에 간다고 말했지만 그건 백퍼센트 거 짓말이다. 체육관에는 내 운동기구 같은 것은 있지도 않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펜시 고등학교에서 네 과 목을 낙제하고 네 번째로 퇴학을 당한 후, 역사를 가르치는 스펜서 선생님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갔다 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체육관에 가야 한다고 핑계를 대고 선생님 집을 빠져나오면서 토로하는 적나라한 고백이다. 무엇이우리를반성케하는가? 임 익 문 ■ 법무사(전라북도회) 법무사의서재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 』 2014년 1월호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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