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1월호

하 철 우 ■ 법무사(대구경북회) 길위의인생, “ 새해복많이받으세요! ” 음악과인생 ▶ ABBA(아바)의 「Happy New Year」 어둠과 불안 속에서 자라는 곰팡이에도 향기가 어릴 적 아빠가 살던 집 마당 한구석엔 장독대가 있었어. 어머니가 하는 식사 준비에 어린 내가 거드 는 일이란 장독대에 올라가서 고추장이며 된장을 퍼 오는 일이었지. 고추장 항아리 뚜껑을 힘겹게 들어 올리면 한쪽 구석 가득 하얀 곰팡이가 피어 있었어. “엄마, 고추장 항아리에 징그러운 곰팡이가 피었 어! 어떻게 해?” “철우야, 곰팡이가 피어야 고추장 이 되는 거야. 이제 고추장 냄새가 나잖니.” 그랬 어. 빨간 고춧가루 덩어리쯤이었던 그 항아리에는 구수한 고추장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지. 초등학교 마당에는 탱자나무가 있었어. 탱자를 하나 주워서 내 보물상자에 넣어놨지. 그리고 잊고 있었어. 다락에서 찾은 그 상자 속을 어느 날 뒤져 보니 상자 속의 탱자엔 회색빛 곰팡이가 피어 있었 어. 그건 나에게 아주 큰 충격이었어. 주황빛 탱자 가, 형체도 없이... 갑자기 웬 곰팡이 이야기냐구? 삶에도 어두움과 불안이 머무는 습기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곳에 곰 팡이가 자라난단다. 어두움과 불안 안에서 어떤 사 람에겐 탱자 같은 곰팡이가 피게 되어 삶이 뭉개져 버리고, 다른 이에겐 고추장 같이 향긋한 곰팡이가 피게 되어 인생의 새로운 가치를 획득하게 된단다. 일요일임에도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하 던 그 날, 네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지. 아빠는 네게 문자를 보냈다. “표정이 안 좋아 보이던데, 기 분 나쁜 일 있니?” 너의 답장. “할 게 너무 많아서 ㅠ.ㅠ” 넌 그날 늦잠을 잤어. 너는 오늘 하루도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로 마음이 지레 버거웠을 것이고, 아마도 자신의 나태 를 자책하며 힘들었겠지. 이 순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어깨를 짓누르 는 고통과 고뇌를 피해, 내일도 오늘처럼 살고 마는 비겁, 사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져 가는 모든 일상의 타성화란다.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 비겁과 타성화. 진지하고, 절실한 삶을 꿈꾸는 자는 늘 스스로를 돌이켜 반성한단다. 반성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매우 중요 한 수단이야. 따라서 딸아! 나는 도대체 반성하지 않는 인간을 신뢰할 수 없다. 가장 매력적인 인간은 스스로 완벽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인간이고, 자신 과 처절히 대면하여 성찰하는 인간이야. 이런 인간 이 될 때, 네 안의 어두움과 불안 속에서 고추장 같 이 향긋한 곰팡이가 피게 된단다. 사랑하는 딸아! 가던 길을 계속 가보아라. 나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나 나태와 평온을, 말초적 쾌 지원아, 사랑하는 아빠의 작은 딸! 고3이 되 는 새해를 앞둔 요즘은 폭풍전야 같다. 최근 들 어 잦아진 너의 무거운 한숨이 아빠 마음까지도 내리 누른다. 그런 너에게 스웨덴의 혼성 4인조 그룹ABBA(아바)의 「Happy NewYear (새해 복많이받으세요)」를이편지에담아보낸다. 『 』 2014년 1월호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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