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1월호

73 문화가 산책 ●극단 작은신화의 「우연한 살인자」 특히 총(권총)의 등장이 아쉬웠다. 그 유명한 햄릿과 레어티스의 칼싸움이 펜싱으로서의 결투로 기능하고, 거기서 생기는 칼자국과 죽음의 비극적 결 말이 제대로 음미되기 위해서는 극중의 모든 폭력은 칼로 표상되어야만 한 다. 그런데, 칼싸움은 칼싸움으로 그대로 놔두고 그 옆에서는 권총을 들고 서 있다니…. 총의 존재가 권력과 더 큰 폭력을 보여준다면 결투는 아이들 의 장난으로 곤두박질쳐 버리게 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을 조금 지적했지만 형편없다거나 보기를 권하기 싫을 정도라는 건 절대 아니다. 특히 멋졌던 것은 거울과 문(門)이라는 시각의 이미지와 혼 란스러운 햄릿의 심상(心狀)을 드러내기 위해 마련된 금속성 판(板)의 격자 형 배열이었다. 그런데 객석에서 보기에 이들이 수직적으로만 배열되어 있어서 수평적 위 계나 사선(斜線)에서의 연기를 통한 깊이와 풍부함을 주는 데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에이프런(apron) 근처에서 반복해서 솟아올랐다가 내려가는 오케스트라석의 활용도 아쉬웠 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르게 보이기보다는, 그렇게 하니까 뒤가 가려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햄릿 역 정보석, 다년간의 분석으로 연기내공 보여줘 배우 품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연 빛나는 배우는 오랜만의 출연이지만 잔뼈가 굵은 김학철이었고, 그 만이 그렇게 해학과 비극을 공유한 폴로니어스(Polonius)를 연기할 수 있었다. 햄릿 역의 정보석은 분명 T.V.에서 보는 바와 같은 유약하고 양식적인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닌, 다년간의 고민과 인물 분석이 뒷받침되 는 배우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특히 30대 못지않은 몸으로 보여주는 햄릿의 외면은 누구보다 그럴싸했다. 더 잘하는 사람도, 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법이다. 아쉬움이라면 파워(power)와 텐션(tension)의 부족이다. 의상과 도구가 움직임과 감성의 발현을 막은 측면도 있으리라. 또는 대사의 거의 반을 덜어낸 연출이 주는 마 지못한 선택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외에 남명렬과 서주희 등도 관록 있는 호연을 보여주었고, 오필리어(Ophilia) 역의 전경수는 대학로의 블루칩으로 잘 커가고 있는 것 같아 반가웠다. 햄릿과 오필리어의 2인무(二人舞)야말로 이 공연의 가장 빛나 는 대목인데, 이왕이면 난이도가 있더라도 좀 더 프로 무용수처럼 비장미 있게 꾸몄으면 좋았겠다 싶다. 「개 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은 헛웃음에 지나지 않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리고, 연극 역사상 가장 중요한 대사를 뒤로 미루어서 내레이션으로 처리해 버리는 것도 아쉬웠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to suffer The slings and arrows of outrageous fortune, Or to take arms against a sea of troubles, And by opposing end them? To die, to sleep... 이 대사가 포함된 구절을 읽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언젠가 ‘음악과 인생’ 란의 하철우 법무사님이 소개할 지 모르지만, ‘New Trolls’의 「Adagio」를 들으면서…. 마지막으로 처음의 장학퀴즈를 맞추는 분께는 필자가 특별히 다음 공연 관람 시 동행하는 혜택을 드리도록 하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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