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2월호
27 실무포커스 ●민사조정 사례 의 주장과 조정이 성립되지 못한 사유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현재 나타난 상황만으로는 조정 절차에서 쌍방 에게 제시된 것과 같이 ◯◯◯게 하는 것이 최선 인 것 같습니다.”라는 재판장(조정장)의 요약 설 명 한 마디에, 지금까지 한 시간 넘게 조정위원과 줄다리기를 하던 당사자가 금방 조정에 응했다. 법원을 나오면서 다른 조정위원이 나에게 허탈 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 위원에게 “조정위원 이 조정기일에 참여하여 전문식견을 가지고 최선 을 다했다면 그 조정이 성립되었는지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더라도 조정위원이 심혈을 기울여 당사자의 조정자 역할을 했다면 그 시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 사안에서도 당사자가 조정위원과 얘기를 나 누면서 서로간의 의견을 듣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도 해보고 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조정장의 권 유에 쉽게 조정이 성립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설사 조정기일에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하더 라도 당사자는 돌아가서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미 당사자의 굳은 마음을 상당히 추스른 시간 을 가졌기 때문에 차후 재판절차에서 화해가 성립 될 가능성도 많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조금 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므로 소송을 시작할 때 가졌던 악감정이 다소라도 완화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정 절차에 임할 때마다 조정위원의 역할이 참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낀다. 6. 맺으면서 특이하게 조정이 성립된 사례가 있었다. 평생 농촌에서 살아온 60대 중반의 부인이 청 구한 이혼소송이 조정절차에 회부된 사건인데, 1 시간 여에 걸쳐 그 부인의 이야기를 남편과 함께 경청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얘기를 듣다 보니 말을 섞는 것보다 조용히 들어주는 것 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처음에는 남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면서 앉았다 일어섰다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남편의 손을 꼭 잡고 가끔씩 탄식과 추임새를 섞어가면서 한 맺힌 부인의 기나긴 얘기를 들었다. 부인의 얘기가 끝날 때쯤 남편의 흥분은 조용한 한숨으로 변해 있었다. 부인은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남편이 끝까지 자기 얘기를 들어준 것이 평 생 처음이라고 했다. 남편에게 심경이 어떤지를 물었다. 남편은 부인 의 손을 잡고 잘못했다고 했다. 부인은 “집에 가서도 지금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정장 앞에서 부인은 이혼소송을 취하했다. 싸움도 잘못 말리면 오히려 더 큰 싸움이 되고 만다. 조정위원은 짧은 시간에 사건을 파악하고, 당사자의 성격을 파악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상 황설정을 해야 한다. 판사는 재판 절차에서 엄격한 중립을 지켜야 하 므로 매우 절제된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러나 조정절차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개 진할 수 있다. 이 점이 조정제도의 가장 큰 장점 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조정 성립에만 욕심을 내다보 면 오히려 당사자에게 큰 부담을 주기도 하고, 조 정제도를 역이용하려는 당사자에게 이용당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 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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