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4월호

권두언 한국사회의‘훈장잔치’와 역사바로세우기 이 철 호 ■ 남부대학교경찰행정학과교수(헌법학) 훈장남발국가대한민국, ‘셀프훈장’ 수여까지 정부에서 수여하는 훈장에 관한 언론 보도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활자화되고 있다. 거칠게 표현하면 홍수처 럼 남발되는 것이 훈장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훈장의 가치는 존재한다. 훈장이 제대 로 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훈장을 꼭 받아야 할 사람이 받아야 한다. 남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00년에 「훈장조례」가 처음 제정되었고, 훈장을 관장하는 ‘표훈원(表勳院)’도 설치되었다. 현재는 「상훈법」에 따라 무궁화대훈장을 비롯하여 12종, 55등급의 훈장이 운영되고 있다. 훈장은 전 세계적 으로 명예의 상징이다. 또한 훈장의 생명은 희소성에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훈장으로는 독일의 십자 대훈장과 영국의 가터 훈장 등을 들 수 있다. 영국 가터 훈장은 1348년 제정된 뒤 665년 동안 받은 사람이 1,005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희소성이 있어야만 훈장을 받 은 사람도 자랑스럽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귀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훈장 남발 국가이다. 정부수립 이후 2013년까지 포상된 훈·포장 등이 무려 1,057,468개에 이 른다. 더욱이 퇴임하는 대통령 부부가 1억 원 예산을 들여 ‘무궁화대훈장’이라는 셀프 훈장을 수여하기까지 하는 나라다. 우리 사회에서 훈장이 극단적으로 희화화(戱畵化)된 것은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 사 당시 아이를 잃은 김순덕(전 국가대표 필드하키 선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씨가 당국의 무성의한 진 상 규명과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며, 선수 시절 받은 체육훈장과 메달을 모두 반납하고 “한국에선 살고 싶지 않다”고 밝힌 뒤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사건이었다. ‘절명시(絶命詩)’로 유명한 황현 선생은 『매천야록(梅泉野錄)』에서 “세상에서 매국자라고 불리는 자들이 모 두 훈장을 받았으며, 1년 뒤에는 병졸과 하인들조차 훈장을 달지 않은 자가 없어 훈장을 단 자들이 서로 바라 보며 웃을 지경이었다. 간혹 훈장을 외국에 보냈지만 거절을 당하기도 하였고, 왜인은 훈장을 받으면 며칠 동 안 차고는 바로 녹여서 팔기도 하였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는 것이 이런 지경이었으나 여전히 깨닫지 못하 고 있었다.”며 대한제국 당시의 훈장 지급의 난맥상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훈장 잔치’는 몇 십 년 전의 일로 그치는 것만이 아니다. 전두환 신군부의 훈장잔치, 민주화 된 정부 아래서도 정권 말에 훈장잔치가 벌어졌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권 말에 자기들 끼리 훈장잔치를 벌였다. 심지어 ‘셀프 훈장’ 수여로 국민의 비난을 넘어 조롱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 』 2014년 4월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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