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4월호

57 알뜰살뜰 법률정보 한번바꾼이름,‘또바꾸기’는어려워! 대전가정법원 항고부, “재개명 허가, 개명사유와 개명신청권 남용 여부 등 신중·엄격해야 [사례] 개명한이름, 시누이와똑같아갈등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착한데다 공부까지 잘하는 그녀. 하지만 항상 미소를 띤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 지는 때가 있었으니 바로 누군가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이었다. “삼순아~” 그녀의 이름은 김삼 순. 줄곧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기 일쑤였던 김 씨 (30)는 평생 이름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왔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니 애착을 가지고 살아 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자신과 다르게 돌림자를 쓰 는 언니들을 생각하면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큰 언니는 ‘혜원’, 둘째 언니는 ‘혜경’으로 ‘혜'자 돌 림인 것. 결국 그녀는 ‘김혜민’으로 개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친구를 만나 이내 결혼에도 골인 했다. 하지만 결혼의 기쁨도 잠시 뿐, 그녀에게 전혀 예 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시누이의 이름이 다름 아닌 ‘혜민’이었던 것.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지만, 아직 미혼인 시누이와 한집에 살면서 이름 때문에 여러 해프닝이 벌어지곤 했다. 급기야 시어 머니는 “이름을 다시 바꾸라”고 성화를 했고 집안에 서 큰소리가 잦아지면서 남편과도 갈등이 생겼다. 이제 시댁에서는 그녀를 더 이상 ‘혜민’이라고 부 르지 않고 ‘삼순’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차 라리 삼순이로 살더라도 행복한 가정생활을 유지하 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됐다. 그녀는 ‘원래 이름 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다시 법원을 찾았다. 위 이야기는 가상의 사례이지만, 이와 유사한 일 이 실제로 일어났다. 개명 후 시댁에서 친족의 이름 과 같다는 이유로 갈등이 지속되고, 개명 후 1년이 넘도록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던 A씨 는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으므로 다시 종전 이름으 로 환원하는 개명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명시, 가족·친지이름까지세심히살펴야! 하지만 재개명은 쉽지 않았다. 법원은 “사람의 이 름은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요소로 이름을 재 차 바꾸면 사회적으로 혼란이 생길 뿐 아니라, 이름 을 토대로 형성되는 사회생활의 질서를 고려할 때 개명신청권의 남용 여부를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항고했다. 대전가정법원 항고부는 “개명을 허가할 만한 사유나 개명신청권의 남용 여부를 신 중하게 살피고,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개명허가 여 부를 결정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개명신청 에 이른 경위와 재개명하려는 의도, 목적 등을 고려 할 때 개명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다면 개 명을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2013브18). 재판부는 또 “신청인은 개명하면서 시부모나 남편 의 의견을 진지하게 살피지 않아 개명 후 남편, 시댁 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개명한 이름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남편과 시부모가 재개명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사실, 신청인이 새로운 이 름을 쓰고 싶은 숙원을 거두고 가족과의 갈등을 해소 하고자 부득이 신청을 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 다”며 원래 이름으로 재개명을 허가했다. 물론 이같은 개명신청이 범죄를 기도·은폐하거 나 채무를 면탈하려는 등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지 않아 개명신청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참 작됐다. 박 지 연 ■ 『법률신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