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4월호

63 인문학의 창 이 신의 자리를 대신 차지함으로써 종교는 인간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인간은 불안과 공 허에빠져진정한삶의의미를상실하게되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오락과 스포츠, 섹스와 모험 을 통해 그 불안과 공허를 메우려고 한다. 이같은 불 건전한 취미는 일시적 흥분이나 만족을 가져올망정, 인간에게 진심으로 만족을 줄 수 없고 불안을 해소 하지 못한다. 현대인은 불만과 짜증, 불신 속에 가 득 차 있으며 아무도 믿을 수 없고 현실에 대한 신뢰 를 잃어버리고 있다. 그래서 현대를 ‘신뢰를 상실한 위기의 시대’라고 진단하였다. 나. 현대의 정신적 상황 키에르케고르의 ‘현대 비판’의 영향을 받고 같은 입장을 견지한 비판이 그의 저서 『현대의 정신적 상 황』에도 그대로 전개된다. 여기에서 야스퍼스는 “모 든 것은 쓸모없다. 의심스럽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 다. 본래적인 것은 아무 것도 확증되지 않는다. 한도 끝도 없는 소용돌이가 있으며, 그것은 이데올로기의 상호기만과 자기기만 속에서 존속한다”고 말했다. 야스퍼스가 시대의 의식으로 보는 것은 불안, 상 실, 허무, 절망, 위기, 혼미와 같은 의식이며, 이는 곧 ‘니힐리즘(Nihilism)’인 것이다. 니힐리즘의 의식 이란 일체의 절대적 가치 부정을 기저(基底)로 하는 의식이다. 야스퍼스는 니힐리즘의 기반인 한계상황 에서 출발하면서도 초월자를 찾고 초월자에게 자기 의 실존을 떠받칠 받침대를 찾으려고 한다. 다. 철학적 세계 정위(定位) 위기를 극복하고 실존을 회복하는 길은 객관적 존 재인 ‘세계’와 자아존재인 ‘실존’, 자체존재인 ‘초월’을 들 수 있다. 그는 ① 세계란 결국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힌 철학적 세계정위 ② 실존의 구조, 특히 한 계상황을 통해 실존의 모습을 드러낸 ‘실존조명(實存 照明)’, ③ 초월을 밝힌 형이상학의 문제를 다루었다. 세계는 현상이요, 의식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 존 재로서 물질, 생명, 마음 등의 영역으로 되어 있다. 세계란 폐쇄된 것이 아니라 무한히 발전하는 과정에 있다. 여기에서 그 방향을 똑 바로 하는 것을 ‘정위 (定位)’라 한다. 철학적 사유는 객관적 존재인 세계 로부터 비대상적 존재인 실존으로 옮겨간다. 라. 실존조명 ‘조명(Hellung)’이라는 말은 원래 컴컴한 것을 밝 게 비추는 것을 뜻하고, 사유(思惟)에 의한 실존의 확인이 실존조명이다. 실존이란 참된 자기존재, 즉, 본래의 자기존재를 말하므로 실존조명이란 참된 자 기존재를 파악하는 것이다. 실존, 즉, 인간이란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그 이상의 어떤 존재이다. 실존철학이 인간에게 깨 우쳐 주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란 객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이다. 인간들이란 일정한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실존하 는 ‘상황 안의 존재’(in Stiuation-Sein)로서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단에 의해 자기의 진실한 존재를 자각할 수 있는 가능적 실존이라는 것이고, 여기에 는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가능적 실존이다. 실존은 본래의 자기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자유를 가진다. 둘째는 서로 교제하는 것이다. 그는 “아무도 혼자 서 축복받을 수 없다”고 했다. 실존이란 타자와 자 아와의 실존적 유대를 통해서만 실현할 수 있는 것 이며, 이러한 교제를 ‘사랑’하면서 싸우는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셋째는 역사적 실존이다. ‘나’는 ‘나’라는 독특한 상 황 속에 존재하고 여기에 지금 태어나서 한 번밖에 없는 생을 살고 있다. 사람은 어떤 상황 속에 얽매여 있는 상태를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역사적 존재이다. 마. 한계상황 이와 같은 내용을 가진 실존은 한계상황(Gren- zsituation)에 부딪힐 때 조명된다. 인간은 다른 생 물과는 달리 주체적 행동을 통해서 어느 정도 상황 을 자유롭게 고치고 바꿀 수 있으나 싸움, 죄,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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