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4월호
인문학의창 죽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죽음도 마찬가지다.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운 명적 한계상황이다. 인간은 이러한 한계상황에 부딪힘으로써 좌절 (das Scheitern)을 경험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포괄 자(das Umgreifende)로 초월을 하고 이것과 접함 으로서 본래의 자기 곧, 실존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 암호해독과 초월자 실존은 한계상황에 부딪혀서 막히고 좌절할 때 포괄자를 하나씩 하나씩 넘어서서 비로소 초월자 (Transzendenz)인 신(神)앞에 서게 된다. 그는 실 존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고 다시금 그 실존을 넘어 저쪽으로 돌파하여 그 실존을 초월자 속에 소멸시킨다. 실존은 영원한 존재로 돌입하기 위해 자기부정을 감행해야 한다. 자기를 죽이는 ‘난 파(難破)’의 각오야말로 영생 속에서 부활하기 위한 제약이다. 즉, 난파하는 실존이다. 야스퍼스는 철학자를 아득한 대양위 천공(天空)에 서 애처롭게 파드닥거리는 나비에 비유한다. 철학자 는 실제적인 경험, 특수과학, 방법론 등으로 된 대 륙을 거쳐 이념의 세계에 정적(靜寂)한 궤도를 통과 한 후 마지막으로 태양에 부딪혀 거기에서 나비와 같이 바다 위 천공을 날며 그의 실존에 있어서 초월 자로서 현시하는 일자(一者)를 탐색하려고 탐험여행 을 떠나는 것이다. 대륙의 지반으로부터 발을 뗀 나 비, 몰락의 불안 속을 날고 있는 나비, 대륙의 안전 한 지반에서만 사는 사람들에게는 웃음거리에 불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철학자는 대륙에만 머물 수 없다. 철학적 생활로서의 이 나비의 비상(飛翔)에 의해서만 비로 소 근원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대륙 이라는 세계는 비상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이 비상 은 무엇보다 중대한 것이요, 스스로 내면적으로 감 행해야 되는 행동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실존의 최 후적인 난파를 각오할 때 모든 현존재는 초월자를 지시하는 암호(Chiffre)로 된다. 암호는 야스퍼스에 있어서 실존과 초월자 사이의 매개자인 것이다. 암호를 읽는다는 것은 그를 매개 로 하여 실존이 초월자에게 부딪힘을 뜻한다. 현존 재나 실존이나 모두는 결국 난파되고 만다. 그러므 로 모든 암호도 나중에는 난파의 암호인 것이요, 이 난파의 암호 앞에는 오직 침묵이 흐를 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난파되는 때야말로 영원의 초월 자가 드러나는 때요, 실존은 난파함으로써 도리어 신으로부터 증여(geschenkt werden)된다. 난파에 있어 실존은 도리어 참된 현실이 주어지며 비로소 존재를 경험하게 된다. 무한자인 초월자를 직접 체 험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것과 모순된 관계에 있는 유한성을 가장 심각하게 체험함으로써 그것을 통하 여 무한자인 초월자의 무한성을 암시적으로 예감하 는 것이 암호해독이다. 그것은 곧 계시(啓示)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 하여 그는 신앙을 강조한다. 유한한 사물에 관한 과 학적 인식처럼 증명할 수 없지만 그것을 확신하는 것이다. 지식은 그 정당성이 증명되며 비역사적이요 무시간적인 진리이다. 이것은 내가 없어도 존재한다. 너에 대하여 내가 증명할 수 없고 보편타당성이 없는 역사적인 진리가 있다. 이러한 진리에의 확신이 바로 진정한 신앙이 요, 곧, 철학적 신앙이라는 것이다. 참고문헌 • 정진일저, 『철학개론』 박영사 2012. • 한단석저, 『서양현대철학사』 신아출판사 2012. • 박종홍저, 『철학개설』 박영사 1968. • 이진우, 논문 『니체의자라투스트라를찾아서』 2013. • 기타논문다수 『 』 2014년 4월호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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