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4월호

기적처럼 왔다 떠나가도 행복은 결코 먼 곳에 있지않다! 나는 불혹의 나이를 넘어 귀 밑 머리 희끗한 딸, 아들과 그 연으로 맺어진 사위, 며느리 2세대를 거 쳐 손녀손자의 3세대를 둔 70대 중반 반백의 인생 이다. 막연하나마 생애 한 번은 해외여행을 해야겠 다는 동경심을 가지고 있던 중, 이번에 가족들과 함 께 여행을 가게 되어 무척 기뻤고, 마치 정상을 정 복한 산악인처럼 야호를 외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살포시 안겨드는 손자손녀들의 작은 손 가락이 꼼지락거리는 모습, 머루알처럼 초롱초롱하 고 정감어린 눈망울, 해맑은 웃음들이 장독대에 쌓 인 봄눈이 녹아내리듯 내 이성을 녹이고 감성에 젖 게 해 그런 순간순간의 행복감이 모든 시련을 연기 처럼 사라지게 했다. 비록 기적처럼 왔다가 떠나가도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고은 같은 시인은 “자 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천국을 보는 것과 같다”고 노래하기도 했다. 어버이의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더라도 자식의 배 는 올챙이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끝 간 데 없는 부모의 사랑이다. 또, 남달리 효성스러운 딸과 사위, 아들과 며느리 가 어디를 가나 한결같이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하 고자 하는 그 마음에 고개 숙여 감사하고 고맙게 생 각한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자식은 어버이의 따뜻한 품 속에서 사랑이란 애정의 자양분을 먹으며 어버이 의 뒤 꼭지 보고 그 발자취를 밟으면서 자라난다. 이제 손자손녀들도 제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걸 어온 발자취를 따라 자라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 다. 비록 나는 실천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조금이 라도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선하고 착하게, 솔직하 고 정직하게, 오만하지 말고 항상 겸양하고 겸손하 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여행의 결과는 매우 좋았다. 여독도 전혀 없이 경 쾌한 발걸음으로 아쉬움도 미련도 없이 즐겁고 행 복했으며, 현재 내 삶과 같이 일상이 정적이고 안온 한 여행이었다. 유한한 삶 속에 어찌 회한이 없겠는가마는, 헛발 질에 채인 청춘의 희로애락이 담긴 그 많은 사연들 을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아도 젊고 따뜻했던 봄날 은 보이지 않고, 늦가을 단풍들고 하얀 이슬 내린 머리 위에 내 젊음도 강물 따라 덧없이 흘러가 버 렸다. 꽃 피고 새 우는 따사로운 봄, 신록이 우거진 여 름, 만산홍엽이 물들고 조락을 앞둔 늦가을의 정취 와 낭만, 눈 쌓이고 살을 에는 한설에 옷깃을 여미 게 하는 겨울,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봄의 사계절 순환 속에서 앞으로 닥쳐올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오늘 이 순간. 사랑하는 가족들의 건강과 행운을 빌 며, 한 마리 새가 황혼에 쫓겨 가쁜 날개짓으로 보 금자리를 찾듯, 나도 오늘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 내가 밥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는 영혼의 안식처로 귀가할까 한다. 69 수상 ●기행문 여행의결과는매우좋았다. 여독도전혀없이경쾌한발걸음으로아쉬 움도 미련도 없이 즐겁고 행복했으며, 현재 내 삶과 같이 일상이 정적이고 안온한여행이었다. 닥쳐올내인생에서가장젊은오늘이순간. 한마리새 가 보금자리를 찾듯, 나도 오늘의 일과를 마치고 아내가 밥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는영혼의안식처로귀가할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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