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4월호
다산과 제자 황상의 서간집, 사제 간의 참된 관계보여줘 『삶을 바꾼 만남』(정민 지음·문학동네)은 다산 정 약용이 1800년 신유사옥으로 경상도에 유배되었다가 이듬해인 1801년 11월 다시 나주군 강진현으로 이배 된 시기부터 1818년 해배되기까지 18년간 유배지에 서 제자 황상(1788~1870, 호:치원, 대표문집 『치원 유고』)과주고받은서신과시들을소개한책이다. 이 책은 교육현장이 무너지고 참스승의 그림자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 시대에 스승과 제자의 참된 관계에 대한 많은 교훈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다산의 유배생활 중 여러 제자가 있었는데 그 가운 데 가장 뛰어나고 대표적인 제자가 바로 황상이다. 두 사람은, 긴 세월 날마다 저술에만 몰두하느라 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는 ‘과 골삼천(課骨三穿)’의 다산이 황상에게 ‘부지런하고 부 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의미의 ‘삼근계(三勤戒 )’의 계율을 내려주면서 스승과 제자의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다산이 해배되어 초당을 떠날 때, 마지막 하 직인사를 나눈 황상은 스승의 가르침대로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아버지 황인담이 세상을 뜬 뒤 얼마 후 지금의 강진군 대구면 백적동의 백적산에 은둔하며 ‘유인(幽人)’의 삶을 실천한다. 그러던 중 1836년 2월 22일, 황상은 다산의 결혼 60주년 회혼연 축하를 위해 마재 여유당으로 스승 을 찾아온다. 그때가 다산의 나이 일흔 다섯, 황상 마흔 아홉이었다. 그런데 마침 다산이 몸져 눕게 되 어 회혼연은 취소되고, 이때부터 황상은 병석에 누 운 다산의 약탕관을 달이며 밤에도 등불을 밝히고 자리에서 떠나지 않으며 지극 정성으로 스승을 보 살핀다. 그리고 사흘이 지나 황상이 다시 강진으로 떠나 던 날, 다산은 한 통의 편지에다 미리 마련한 선물 을 황상에게 건네준다. 선물은 『규장전운』이라는 책 1권과 중국 붓 한 자루, 중국 먹 1개, 부채 한 자루, 연배(담배) 1개와 노잣돈 2냥이었다. 학문에 정진하 라는 뜻이다. 황상이 이렇게 스승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하고 강진 으로 내려오는 길에 다산은 병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황상은 내려오던 발길 을 돌려 다시 마재로 돌아와 상주인 정학연·학유 형 제와 함께 상복을 입고 다산의 장례를 치른다. 그 후 황상과 정학연이 다시 만나면서 다산을 중 심으로 정씨 집안과 황씨 두 집안의 자손들이 두 분 의 뜻을 기려 서로의 정을 영원토록 이어가자며 정 황계(丁黃契)를 조직하기도 했다. 다산과 황상의 인연은 ‘삶을 바꾼 만남’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보듯이 보통 사람들의 삶의 인연과는 판이 하게 다르다. 같은 시대에 같은 유형의 형벌을 받고 제주도 모슬포에서 유배의 삶을 살아간 추사 김정희 가 그의 제자 이상적에게 ‘불후의 명작’ 문인화 「세한 도」를 그려 주어 후세에 스승과 제자의 본보기를 보 여주듯 다산에게 황상도 그와 같은 존재이다. 이 규 환 ■ 법무사(서울중앙회) 법무사의서재 정민의 『삶을 바꾼 만남 -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 사람이안되려거든 콱죽어버려라 ! ” 『 』 2014년 4월호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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