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4월호

가득 찬 알코올을 빼내기 위해 우린 나란히 소변기 앞에 섰다. 터미네이터가 내 아랫도리를 내려다보 며 말했다. “어! 네 물건은 여전하구나?” 폐기된 꿈을 품고 날아오르는 한 마리의 용 우린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사이이기에 지금까지 처럼 앞으로도 우리 사이에 아름다운 관계의 진경 들이 점선처럼 수놓아질 거라는 희망을 예감하였 고, 그래서 이런 생각들이 울적한 분위기와 함께 미 약한 행복감을 선사하였다. 소주를 들이키며 너저 분한 삶, 허접한 일상을 터미네이터와 나는 안주삼 아 되씹었고 우리는 드디어 상쾌하게 지쳐버렸다. 터미네이터가 제안했다. “목욕할까? 간만에?” 우린 가까운 찜질방으로 향했다. 터미네이터의 알몸을 보았다. 20여 년 만이다. 그의 가슴 중앙의 용, 비록 몸통에 비늘이 그려져 있지 않은 불완전한 모습이나 입에 여의주를 물고 힘차게 똬리를 틀고 살아 숨쉬는 듯 금방이라도 구름을 뚫고 창공을 날 아오를 것 같았던 그런 용이, 이제는 늙어 쭈글쭈글 한 C의 피부에 맥없이 새겨져 있다. 용 문신을 보면서 인생은 무심하고 잔인하다고 느꼈다. 퇴색된 그 푸른색 그림들은 터미네이터의 고단한 삶만큼 많이 지쳐 보이고 그만큼 많은 이야 기를 하고 있었다. 가벼운 몸이 되어 찜질방을 나온다. 자정이 지난 시각, 우린 걸었다. 걷고 싶었다. 가슴 상단에 뭔가 찌꺼기 같은 것이 걸려 있는 느낌이었다. 터미네이 터가 노래를 한다. 밤하늘을 향해. 나의과거는어두웠지만/나의과거는힘이들었지만 / 그러나나의과거를사랑할수있다면 / 내가추억의 그림을그릴수만있다면/행진행진행진하는거야/ 행진행진행진하는거야 -들국화 「행진」중.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밤하늘을 보았다. 눈 속 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별들이 밤하늘에 하나 가득 하다. 누군들 한 번 호기롭게 꿈을 가지지 않았겠으 며, 또한 누군들 한 번은 이루어지지 않은 그 꿈을 연민으로 쳐다보지 않았겠는가. 시간은 꿈을 생성시키고 또한 그 꿈을 폐기시켜 버리고 속절없이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폐기된 꿈 들과 아쉽고 안타까운 기억들을 뒤로 하면서 그렇 게 터미네이터와 난 40년을 함께했다. 적막하고 쓸 쓸한 들판의 바람소리가 내 몸 속에 일고 있었다. 캄캄한 밤길을 달리던 차가운 바람들이 와락 내 품에 달려들었다. 급히 옷깃을 여미며 나도 모르게 이렇게 기합을 넣는 것이다. “헛! 핫! 아~앗! 아! 시원타! 아! 조오~타!!!!!" 터미네이터의 노래는 계속된다. 나의 미래는 항상 밝을 수는 없겠지 / 나의 미래는 때로는힘이들겠지 / 그러나비가내리면그비를맞 으며/눈이내리면두팔을벌릴꺼야/행진행진행진 하는거야/행진행진행진하는거야/난노래할거 야매일그대와/아침이밝아올때까지 문득, 내 눈 앞에 용 한 마리가 무거운 하늘 위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환영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75 음악과 인생 ◀ 들국화의 1집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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