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5월호

63 수상 이다. 그래서 그냥 걷는다. 도봉경찰서를 지나 지하 도를 통과해 다시 지상으로 나와 도봉등기소에 거 의 다 도착하고 있는데 고관절이 계속 비명을 질러 댄다.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하면서 도봉등 기소로 들어간다. 모든 밥에는 낚시 바늘이 숨어 있다 후유! 서류를 접수계에 제출하고, 등기소를 나와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아픈 다리를 위로한다. 이 제 돌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 다시 걸어갈 것이냐, 아니면 이제 그만 고관절에게 항복하고 택 시를 탈 것이냐! 참으로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인간이로고! 여기 서 ‘지리멸렬’이란 “이리저리 어수선하게 흩어져 체 계를 세우거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됨”의 뜻인데, 지금 나의 정신상태가 바로 그런 상태다. 누구는 사 느냐 죽느냐의 문제로 고민을 했다는데 나는 겨우 5,000여 원 때문에 이 모양으로 처져 있구나. 문득 하늘을 쳐다본다. 나의 지리멸렬과는 상관 없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그 끝을 모르게 맑아 있고 새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하늘을 가르고 있는 데 나뭇잎을 간질이고 있는 바람은 내 손에 집힐 듯 기분 좋게 불어오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가. 아팠던 고관절이 조용 하다. 통증이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이제는 걸어도 되겠다 싶어 다시 걷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고관절 통증은 한 번 아프면 식은땀을 질질 흘릴 정도로 아픈 것이어서 ‘걷다가 또 아파오면 큰 일인데’ 하는 생각이 나를 다시 의자에 앉힌다. 문득 등기소 바로 옆에 1호선 창동역이 있다는 것 을 생각해 낸다. 창동역에서 의정부 방면으로 가다 가 도봉산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용마산역에서 내리면 바로 우리 사무실이다. 그래, 그 방법이 있 었군. 도봉산역에서 내려 잠시 도봉산의 만장봉과 선인봉을 보고 가는 것도 망외(望外)의 소득이 아니 겠는가? 얼씨구나 좋다 해서 걸어 약 500m 떨어져 있는 창동역으로 간다. 도봉산역에서 내려 바라본 만장 봉과 선인봉이 저만치 떨어져 있다가 내가 바라보 니 서서히 내게 다가온다. 마치 김춘수 시인이 꽃이 라 이름 부르니 꽃이 되어 내게 다가오는 것처럼. 적당한 거리를 걸어 전철을 타니 고관절도 아프 지 않고 돈 5,000원도 아꼈다. 일거양득을 한 채 다 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소설가 김훈은 그의 책 『김훈 세설(世說)』에서 ‘밥 벌이의 지겨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 린 향기에 나는 한 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 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으고 사람들을 거 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 어떤 사람들은 밥벌이를 위해 새벽 첫차를 타려고 달리며 에스컬레이 터 위를 걷고 있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가장 먼저 팔려가기 위해 맨 앞줄에 서려고 발버둥을 친다. 일찍 일어난 새가 되어 벌레를 잡으려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으며, 시장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고 이 구석 저 구석을 뒤진 다. 이들이 과연 밥벌이가 지겹다고 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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