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12월호

이 규 환 ■ 법무사(서울중앙회) 법무사의서재 윤후명의 연작소설 「둔황의 사랑」 사랑의완성,기도속에열리는구도의길! 둔황 석굴에서 발견된 「왕오천축국전」 사막의 배(낙타)에 지친 몸과 비단을 싣고 낙타의 방울소리를 따라 끝없는 사막의 길을 가는 카라반, 동서간의 문물이 교류하는 비단길. 중국 서부 감숙 성의 둔황(돈황·敦煌), 로울란(누란·樓蘭), 쿠차 는 이 비단길의 도시들이다. 둔황에서 남쪽으로 20㎞를 가면 실크로드의 최고 관광지, 노을이 물들면 모래가 금색으로 빛나는 황 홀한 명사산(鳴砂山)이 있고, 이 모래산 동쪽 기슭 바위에 모가오(막고굴·莫高窟)가 있다. 1900년 경 이 모가오에서 492개의 석굴과 벽화, 옛 문헌과 경 전, 그림 등의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신라의 구 법승 혜초(704∼787년)의 「왕오천축국전」도 이 석 굴에서 발견되었다. 모가오는 서기 303년 중국 진나라 혜제(惠帝) 때 부터 시작해 고대 중국의 열 개 왕조를 거치는 1천 여 년의 세월 동안 다양한 양식으로 만들어진 석굴 이다. 그 안에는 2,415개의 채색 소상(塑像·찰흙 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에 금니(金尼)를 입힌 것)의 불상이 안치되어 있고, 비천상(飛天像)의 벽화가 조 영되어 있다. 바위벽에 흙을 바른 뒤 그 위에 그린 현란한 변상 도(變相圖·경전의 내용이나 부처의 생애 등을 형 상화한 그림)는 신비한 이상세계의 모습과 이 석굴 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석굴 양식은 인도에서 기원한 것으로 경주 석굴 암의 원류이기도 하다. 석굴의 유물들은 당시 중앙 아시아로의 세력 확장에 혈안이 되어 있는 영국, 일 본, 소련 등 열강국들의 유물약탈조직에 의해 세상 에 알려졌는데, 「왕오천축국전」도 프랑스에 약탈되 었다가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둔황의 사랑」에서 윤후명은 혜초가 해로(海路) 를 이용해 인도에 가 다시 육로로 중앙아시아 쿠차 까지 여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불법(佛法)을 수행 하는 구도자로, 사막을 걸어가는 카라반이나 ‘무소 의 뿔처럼 홀로가라’는 경전의 외침을 실천하는 정 신으로, 패엽의 두루마리에 63,000자로 쓴 기행의 글 을 모티브로 에로스적인 사랑을 아가페 사랑으 로 승화시키고, 여기에 여러 다른 에피소드와 민담, 설화를 병치하면서 사랑이라는 의미를 그 뿌리까지 천착해 들어가는 탁월한 작가정신으로 혜초가 걸어 간 구도의 길을 더욱 위대하게 되살려 놓는다. 소설은 둔황의 석굴 벽화에 구법승들이 사자를 거느리고 승천하는 비천상과 우리 국립박물관에 전 시되어 있는 둔황의 비천상, 상원사 동종의 비천상, 세종문화회관 비천상 벽화, 충주 월악산 기슭의 사 자빈신사 폐허 석탑 기단에 새겨진 네 마리의 사자, 그리고, 북청사자놀이와 봉산탈춤 등의 전통 민속 놀이 속에 등장하는 사자가 바로 서역에서 전래되 었으며, 우리의 전통음악 역시 서역의 쿠차음악에 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신라 오기 중 하나인 산예( 狻 猊)의 원류로서 고려시대의 산대잡희(山臺雜戱), 조선시대의 나례 잡희(儺禮雜戱)의 선행 예능이 되었다는 북청사자 놀이, 봉산탈출의 계승 발전에 큰 공을 세운 기생 금옥(錦玉)의 이야기, 처용의 설화, 곽리자고의 향 가 「공후인」에 등장하는 여옥의 이야기, ‘누란의 소 『 』 2014년 12월호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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