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6월호

『 법무사 』 2015 년 6 월호 83 법무사의독서노트 가가 거의 최초로(?) 이론화 작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줄 만하다. 특히 그의 ‘출발어’, ‘토착어’ 구분을 통한 번역의 두 갈래 길, 즉 직역과 의역의 대비는 명쾌하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훌륭한 분석이었다고 본다. 박상익•김욱동의 『번역은 반역인가』 등 - 번역의 방법론 등 체계적 정리! 박상익·김욱동 교수의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역설적 인 명제로 제목을 붙인 책들도, 번역의 불가능성을 뛰 어넘는 방법론의 모색, 잘못된 번역 문화의 지적이라 는 면에서 잘 정리된 책이었다. 안 선생도 말했지만, 쪽대본처럼 찢어서 번역하기, 대학교수가 조교 시켜서 자기 이름으로 번역물 내놓기 (그는 ‘지적인 매춘(賣春)’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번역을 창작이나 연구 실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학계나 예 술계의 풍토, 번역가에 대한 홀대 등은 하루빨리 지양 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후진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박 교수의 다른 책을 몇 권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 을 할 만큼 흡인력과 호감이 있었다. 인문학적 토양이 풍부해서 배울 것이 많아 보인다. 페이스북 활동도 열 심이더라. 그를 팔로우(follow)하고 있다. 모든 저자가(번역가이지만 번역의 방법론을 말하는 이 책들에서만큼은 독립된 필자로서) 강조하는 것은, 번역의 대상을 담고 있는 해당 외국어에 대한 지식은 말할 것도 없지만, 옮겨서 현출할, 독자에게 읽힐 우리 말(한국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애정, 부단한 공부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움베로트 에코의 『번역한다는 것』 등 - 산문 외 번역 참고서로도 유용! 지난 호에서도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소개한 바 있 는, 이 시대의 르네상스적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의 책 들(『번역한다는 것』, 『움베르토 에코를 둘러싼 번역 이 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영어 원작을 우리말로 옮기는 문제가 아닌, 유럽 각국의 언어를 옮기는 문제 를 다루다 보니 한결 시야가 넓어지고, 산문뿐만 아니 라 시를 번역하는 방향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었다. 『장미의 이름 작가노트』도 사서 읽어야 한다. 번역을 통해 깨닫는 우리말 쓰기의 가치와 위험 누가 그랬던가?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처음 이 명제를 볼 때는 ‘제2’에 눈이 가서 부차적이고 기술적 인, 과외(課外)의 작업이라는 인식을 가졌다면, 번역을 해 보면서 또한 이러한 글들을 읽으면서는 ‘창작’보다 더한 고통과 인내, 엄격한 자기 수련이 필요하다는 공 감에 방점이 찍힌다. 그리하여진정반역(叛逆)을넘어서는시도를하고있 는 이 땅의 번역자들에게 애정 어린 박수를 쳐주고 싶 다. 문학작품이 아닌 책이라고 해도, 번역에는 기술이 자 예술(Art)적인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어설 픈번역작업을하는내내떠올리지않을수없었다. 역설적으로, 번역을 공부하면서 우리말을 쓰는 일의 무궁한 가치와 위험을 동시에 깨닫게 되었다. 『번역자 를 위한 우리말 공부』 등 그 사이 더 읽어볼 책들도 나 왔다. 어서 헌책방에 꽂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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