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7월호

75 『 법무사 』 2015 년 7 월호 그의 작곡실력과 음악적 감수성, 그리고 소재 발굴력 은 가히 천재적이었다. ‘너바나’에게 큰 성공을 안겨준 「Smells like teen spirit」 외에도, 한 청년이 성장하면 서 미국 중산층 사회의 올가미에 걸려드는 과정을 노래 한 「Breed」, 신경쇠약에 걸린 사람의 자기분열적 고백 을 담은 「Lithium」, 유괴되어 폭력을 당하는 14살 소 녀의 이야기 「Polly」, 실업자 남자친구에게 취직하지 않 으면 헤어져 버리겠다고 말하는 「About A Girl」(1집 수 록곡) 등은 시대의 어두움을 여과 없이 표현해낸 수작 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93년발표된세번째앨범 『In Utero』에는언더그 라운드의 순수성으로 돌아가려는 코베인의 몸부림을 담 았다. 수록곡 「Rape me」에서는 자신의 음악을 상업적으 로 착취하려는 주류 음악계를 ‘강간’이라는 비유를 통해 맹비난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앨범은 발매 1주 만 에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하면서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상업적성공을거둬주었다. 다음 해인 94년 4월 8일.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 발생 한다. 커트 코베인이 자신의 집에서 권총 자살을 한 것 이다. 그의 유서에는 “서서히 사라지는 것보다는 한순간 에 타올라서 폭발하는 것이 낫다”는 ‘닐 영’의 노래 가사 가 인용되어 있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너바나(Nirvana·열반)’ 라는 이름을 그룹명으로 지을 만큼 고단한 삶에서의 초 월을 꿈꾸었던 코베인은 상업적 성공가도를 달릴수록 음악적 순수함과는 점점 멀어져 가는 자신의 현실을 감 당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스물일곱, 젊은 나이에 가장 냉혹한 형태의 자기부정 이라 할 수 있는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코베인. 너바 나로부터 시작된 얼터너티브 그런지 록의 역사도 서서히 저물어갔다. 라디오헤드, 상업성과예술성 사이의 불안한 줄타기 한편, 미국에서 그런지 록의 인기를 끌던 당시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블러 (Blur), 오아시스(Oasis), 라디오헤드(Radiohead) 등 고전적 기타와 쉬운 멜로디로 모던하면서도 복고적인 사운드를 시도 하는 ‘브릿팝’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밴드는 ‘라디오헤드’ 였다. 1집 앨범의 「Creep」으로 초대박을 터뜨리며 성공 적인 데뷔를 한 라디오헤드는 처음에는 그저 ‘Creep’ 밴 드로만 인식되었지만, 2집 앨범 『The Bends』를 발표하 며비평가와팬들의호평을받는밴드로자리를잡았다. 97년 발매된 3집 앨범, 『OK Computer』 역시 “편집 증적인 현대인들의 소외감을 주제로 한 광대한 사운드 를 몽환적인 정서와 우울한 가사를 통해 담아낸 걸작” 이란 극찬을 받으며 플래티늄 앨범의 반열에 올랐고, 그 래미 최고의 ‘얼터너티브 밴드상’까지 수상하였다. 이어지는 4집 앨범 『Kid A』 역시 발매 즉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는데, 이젠 어디서도 「Creep」의 그림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앨범에는 ‘복제인간’이란 제목처럼 난해한 표현과 난수표의 조합과도 같은 곡들 이 연속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라디오헤드는 4집 앨범을 기점으로 철저히 상업적인 성격을 배격하려 하였다. 단 한 곡의 싱글 앨범도 발매 하지 않았고, 뮤직비디오조차 찍지 않았다. 어찌 보면 대중음악이 상업성을 거부하고 예술성을 지키려는 시 도 자체가 이율배반적인 행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디오헤드는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의 불안 한 줄타기를 통해 대중적 인기가 주는 편안함에 안주하 지 않고, 끊임없는 실험적 작품을 만들어내면서 모던 록 과 브릿 팝의 저변과 외연을 확대시켜 나갔다. 이들의 노력으로 1994년 코트 코베인이 죽음으로 지 키려 했던 얼터너티브의 정신과 미래의 모던 록이 어떻 게 세상과 호흡하면서 음악적 결과물을 만들어갈 것인 지에 대한 담론들, 그리고 다양한 음악적 실험들이 오늘 도 계속되고 있다. 음악과세상 ▲ 영국 브릿팝의 기수 ‘라디오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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