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5월호

49 법무사 2016년 5월호 택되어진 자기정체성에 기초해 ‘자발’적이라고 말하고 있 음에도 이를 거르지 않고 곧바로 인용하려 든다. 따라서 성 판매자 여성들이 말하는 ‘주관적’ 자발은 결코 계약 관 계에서 당사자의 진의로 받아들일 만한 ‘객관적’ 자발로서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4. 맺으며 _ 법무사는 사회적 약자의 편 법률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고객들과 일하면서도 그들 이 들고 온 계약서에서 부당성과 부적절성, 불법성이나 무 효, 취소의 사유 등을 발견하고 법률적 조언을 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성매매가 합법화되어 성 판매자와 구매자가 계약서를 써달라고 찾아왔다고 해 보자. 과연 얼마의 금액이 형평에 어긋나지 않고, 어떤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며, 어떤 상황에 대해 어떤 위약벌을 정해줄 것인가? 또 어떻 게 위약의 상황을 확인할 것인가? 성을 ‘매매한다’는 것이 생명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고, 그 무엇이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이제는 너무 흔해서 충격적이지도 않은데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느냐며 쉽 게 사안을 덮어보려는 혹자들도 있다. 그렇다면 아래 간단 한 상황극을 한번 시연해 보자. 가족 중 일찍이 남달리 성에 대한 출중한 견문을 갖춘 여성이 있다. 그는 성매매 사업을 통해 20대 중반의 나이 에 수십 억의 자산가가 되어 온 집안을 먹여 살리게 되었 다. 자본주의사회의 합법화된 성 산업에 포섭되었으므로 우리는 당당하게 떳떳한 자영업자로서 그의 계약이행(?) 능력을 자랑하며 그녀의 성매매 사업장에 손님몰이를 해 줄 수 있을까? 합법화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 사업을 그만두기보 다는 돈 잘 버는 사업이라고 부추기며 손님이 끊이지 않아 나날이 번창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혹자는 성매매 여성이 ‘별천지에서 건너온 우리와는 다른 종족’이 라고 은연 중 착각하고 있지 않나 싶다. 필자 스스로를 생각해 봐도 긴 세월 마찬가지의 착각 속에서 그들을 바라봐 왔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러나 성매매 여성들은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태어나 함께 부대끼며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 의 이웃 누군가의 딸이고, 친구이며, 엄마임을 이제 모두 가 직시했으면 한다. 전국여성법무사회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성매매 여성 들을 위한 법률지원을 계속해 왔다. 법무사로서 사회적 약 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내재된 소명의식의 발현이었을 것 이다. 성매매를 둘러싼 그 모든 논란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법무사가 편들어 주어야 할 사회적 약자의 범위에 이들 또 한 자연스럽게 포함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성매매처벌법」의 합헌 결정을 계기로 심도 있는 논의와 더불어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 각 또한 조금이라도 교정되기를 바란다. 성매매계약 상황에서 과연 이 계약이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성 판매자와 구매자의 지위는 대등한 관계일까? 임차인 지위의 열악성 때문에 법과 사회가 임차인을 조금이라도 더 보호해 주고자 하는 것처럼, 상대적 약자인 성 판매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법률적 견해를 제시하는 신중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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