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5월호
79 법무사 2016년 5월호 트로이 성의 함락엔 실패했으나, 이 과정에서 아가멤논에 게 모욕을 당한 그리스 최고 영웅 아킬레우스는 전쟁에서 손을 떼게 된다. 또한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간 청으로 주신(主神) 제우스는 신들에게 원조하지 말도록 명 하여 그리스군을 패배케 한다. 하지만 그리스군의 패배를 좌시할 수 없던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는 아킬 레우스의 군대를 이끌고 출전, 그리스군에 승리를 안겨주 고, 자신은 트로이의 장수 헥토르에게 살해된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트로이로 돌 진하여 헥토르를 살해하고 시체를 욕보이며 친구의 원수 를 갚는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은 신들의 비호 로 야음을 틈타 아킬레우스의 막사를 찾아가 헥토르의 시 체를 받아가지고 돌아온다. 「일리아스」는 이렇게 희비가 엇갈리는 극적 구성으로 소 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단테 등 당대 최고의 현인들을 감동시켰고, 유럽인의 정신과 사상을 낳은 원류, 서구사상 의 정수로 손꼽히는 작품이 되었다. 또한 「일리아스」는 사고하는 방식에 있어 신의 눈이 아 닌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함으로써 인간주의적 접근을 시도한 최초의 작품이다. 호메로스의 전쟁 이야기 속에 담긴 가치와 이상을 통해 이 이야기가 어떻게 서양정신의 원류로 평가받고 있는지 알아보자. 거침없이 자유로운 저항, 부정의 정신 “파렴치하고 교활한 자여, 이렇게 한다면 누가 당 신 말에 복종하겠소?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오로지 당 신 동생 메넬라오스의 원수를 갚아 당신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함이었소. 그런데 당신은 이런 사실도 잊고 내명예의선물을빼앗아가겠다고위협하다니.” 「일리아스」는 이같이 으르렁거리는 두 영웅의 싸움질로 시작한다. “파렴치하고 교활한 자”로 몰아붙이는 자는 아 킬레우스다. 그리스군의 대장이요, 사실상의 왕인 아가멤 논에게 먼저 삿대질하는 이는 아킬레우스였다. 아가멤논이 아폴론 신전에서 일하는 제사장의 딸 크리 세이스를 풀어주지 않고 욕보인 것이 이 모든 사태의 발단 이었다.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의 요구를 들어준다. 이에 상응하여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이었던 미녀 브 리세이스를 내놓으라고 한다. 그런데 아킬레우스 입장에서는 억울했다. 그 많은 공적 에도 불구하고 애첩 브리세이스까지 내놓으라고 하다니! 그는 아가멤논을 주정뱅이이자 겁쟁이라고 비난하고는, 헥토르가 그리스군을 도륙하는 날이 와도 절대로 도와주 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 누구 앞에서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 거침없 는 자유의 용사, 이것이 호메로스가 그려내고 있는 영웅의 모습이다. 그 대상이 인간이건 자연이건 투쟁하고 정복하 는 그 이면에 있는 ‘부정의 정신’이 서양인의 정신적 특질 의 원형이었다. 이 투쟁정신이 개인 인격의 존엄이 되어 그리스에서 꽃 피기 시작한 민주주의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다. 이 정신 은 소크라테스의 선택에서도 이어진다. 서양과학의 역사 는 이 부정정신의 역사였다. 아리스토텔레스를 갈릴레이 가 부정하자, 뉴턴이 갈릴레이를 넘어서서 근대과학을 완 성하였다. 이후 아인슈타인이 나타나서 뉴턴을 뒤엎어 버 리자, 양자역학이 등장해 아인슈타인을 부정해 버린다, 부 정의 부정, 그렇다면 부정의 원조는 바로 호메로스였다. 재산보다 더 소중한 ‘명예’ 트로이 전쟁은 약탈 전쟁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왜구 의 노략질로 보면 된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범죄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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