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5월호

83 법무사 2016년 5월호 곳에존재한다!”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구로꿈나무어린이도서관장 죄송합니다.” 의사는 오히려 그동안 할아버지를 오해해서 더 죄송스 럽다며 말도 못한 채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린다. 이것이 첫 이야기 「사랑」의 요약이다. 이제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쉽게 감이 왔으리라. 가슴 먹먹해지는 환자들의 이야기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영구차를 따라 아장아장 걷 던 아이가 떨어진 조화를 손에 담아 뿌리며 “할아버지, 안 녕히 가세요”라며 깔깔거리는 모습에서 의사는 아이의 웃 음소리만큼이나 편하게 가실 할아버지를 상상한다. 아내 에게 주눅 들어 사는 남자 환자를 보며 의사는 사내로서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 친한 직장 동료 둘이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는데, 위 내시경 결과 한 사람은 문제가 없고 다른 한 사람은 심각 하다. 의사는 다음 날 둘이 함께 결과를 들으러 오면 심각 한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하다. 병원 복도에서 전화로 아이 하나 제대로 못 본다며 친정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는 젊은 새댁 때문에, 딸의 추궁 에 쩔쩔매는 모습이 훤히 그려지는 전화기 너머의 엄마 때 문에 의사는 무척 짜증이 난다. 그런데 잠시 후 “엄마, 우리 00이 수술 잘할 수 있겠지? 나 너무 무서워”라며 흐느끼는 딸을 보며, 의사는 ‘딸과 엄 마, 그리고 그 엄마의 엄마’를 생각하며 아이의 수술이 잘 끝나기를 마음속으로 빈다. 병원에 온 초로의 할머니가 ‘병원에 왜 왔는지’ 묻는 의 사의 질문에 답을 못한다. 한참을 침묵하던 할머니가 드디 어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고는 “생각나면 다시 올게요” 하 면서 병원 문을 나선다. 치매 환자의 슬픔이다. 의사는 한 동안 가슴이 먹먹해진다.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회진 시간, 인적이 드문 병동 끝의 계단을 일부러 덜그럭덜그럭 구두 소리를 울리 며 내려가는데, 행색이 초라한 남자가 계단 끝에서 간절하 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의사는 경망스런 발걸음을 멈추고 그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서 있는다. “가장 숭고한 순간은 가장 후미진 곳에 존재한다”며. 더불어 읽기 이병률 지음 달 출판사 펴냄 이병률 여행컬렉션 『 』 로망이 로망인 것은 로망이기 때문인가. 먹고살 걱 정 없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여행하며, 사진 찍고, 글 쓰는 일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로망이다. 당 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등 세 권의 여행 산문집을 묶은 문고판 『이병률 의 여행 컬렉션』은 그래서 부럽고 또 부럽다. 앞의 두 책은 예전에 출판된 스테디셀러이고, 세 번째는 최근 에 출판된 신간이다. 이병률 시인의 시 같은 산문은 소 리 소문 없이 매니아 팬들을 두텁게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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