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8월호

79 법무사 2016년 8월호 가 지나자 위기의식도, 개혁의지도 모두 사라졌다. 류성룡 이 강조했던 안민(安民)과 양병(養兵)의 비전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웃 나라의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경고 또한 무시됐다. 그 결과 왜란 당시 백성들이 겪어야 했던 참담한 고통은 30년 뒤 병자호란에서 다시 반복된다. 오히려 『징비록』에 담겨 있는 정신을 주목한 나라는 일 본이었다. 17세기 초반에 제작된 『징비록』은 17세기 중후 반에 일본으로 건너가는데, 이후 일본은 조선을 더 열심히 연구해 1695년 일본에서 『징비록』 초판이 간행된다. 그 서 문에서 가이비라 에키켄(貝原益軒)은 이렇게 썼다. “조선인이나약하여빨리패하고기왓장과흙이무 너지듯 한 것은 평소 가르치지 않고 방어의 도를 잃 었기때문이다. (중략) 이것은전쟁을잊은것이다.” 날카롭고 뼈아픈 지적이었다. 이윽고 1712년(숙종 38), 일본에 갔던 조선통신사 일행은 오사카 거리에서 『징비 록』이 판매되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보고를 받은 숙종과 신료들은 조선의 서책들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부산을 떤다. 가해자 일본이 ‘징비의 정신’을 더 강조하는 서글픈 현실이었다. 역사를잊은민족에게미래는없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보아 『징비록』의 덕목은 리더 에게 필요한 능력과 책임감, 그리고 비전이었다. 오늘의 한 반도 주변의 정세는 어떠한가.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 하는 것일까. 진나라 이후 중국 외교의 근간은 ‘원교근공 (遠交近攻)’이다. ‘변방 오랑캐’가 강대해지면 늘 침략을 당 했던 트라우마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악몽이 있기 때문 이다. 중국은 한·미가 바라는 대로 북한이 무너질 만큼 초 강력 제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 붕괴 후 세계 최강인 미군과 국경에서 대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완충지로 남아 있기를 원한다. 북한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서는 안 되고, 지 구 상에서 사라져도 안 된다.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중국이 북한을 귀중한, 더욱 든든한 완충국으로 만들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북한핵도 기정사실화할 우려가 있다. 그것은 제2의 ‘항미원조(抗美援朝)’이며, 한국전쟁 당시와 비슷한 냉전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 유산인 ‘징비의 정신’을 계승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징비록』에서 이야기하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어 떻게 해야 할까? 우리 내부를 통합하고 이를 기초로 우리 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외교와 교섭의 힘은 한 나라가 갖고 있는 능력과 힘에 비례한다. 북핵의 위협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진 이 때에 통일을 이루어야 할 우리의 책무가 막중하다 하겠다. 이번 회차를 마지막으로 ‘공감 인문학’ 코너가 종료됩 니다. 2013년 11월호부터 3년 가까이 인문학 코너를 이 끌어 오셨던 이상진·최진태 두 원로 법무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어떻게살것인가』(21세기북스) p30-p67, 한명기 •『징비록』(사단법인올재), 2014년 •『위대한만남』 (지식마당 2007년), 송복 • 중앙일보(2015.2.14.) 「조선은 왜군에 왜 짓밟혔나, 피로 쓴 반성문」(한명기) •문화일보(2016.3.16.) 「역사이야기」(최연석) 등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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