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8월호

80 문화의 멋 • 살며 생각하며 도대체 뭣이 중헌디? 김영석 법무사(경남회) 사무실에서의 오전 시간은 온전한 내 시간이다. 상담전 화도 어쩌다 있고 찾아오는 민원인도 한두 명 있을까? 그 런 어느 날의 오전 11시경, 조용하게 책을 읽고 있는데 말 쑥하게 차려입은 청년 두 사람이 불쑥 사무실로 들어오더 니 90도 배꼽인사를 하며 외친다. “시간 좀 내 주십시오!” 얼핏 봐도 어느 직장의 인턴사원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시간을 청하니 차마 뿌리치지는 못하고 “그래 5분만 서로 시간을 내자!”며 자리를 권했다. 냉장고 에서 음료수를 꺼내 권하자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반기는 젊은이들이 귀엽고 싱그러웠다. 그리고 시작된 젊은이들의 자사제품 홍보. 하지만 내겐 별 해당사항이 없다. 설명에 열중하는 젊은이들의 힘을 낭 비시키지 않으려고 “자네들의 열정만으로도 앞으로 회사 의 주인 자격이 있다.”며 덕담과 격려를 하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 명함은 보관하겠다, “자네들도 법률상담이 필요하 면 연락하게.”라고 말하며 내 명함을 건네주고는 7분가량 의 짧은 대화를 마쳤다. 그리고 얼마 후 외출을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가 무심코 복도에 떨어져 있는 종이 한 장을 주웠는데, 아뿔싸! 바로 그 인턴사원들에게 건넸던 내 명함이 아닌가! 실수로 떨어 뜨렸나 싶었지만, 분명 대접한 음료수 병을 치울 때 젊은 이 중 한 사람이 자신의 바인더에 명함을 끼워 넣는 것을 봤으니 실수는 아닌 것 같다. 순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존재감 없는 사람으로 취급 받은 것 같은 기시감에 은근히 얼굴도 달아오른다. 그러나 곧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하루하루 실적 을 인정받아야만 살아남는 불안한 신분들이니 실적에 도 움 되지 않을 사람이라면 얼른 포기하고 부지런히 다른 사 람을 찾아가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품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음료수까지 권하 며 훈계성 발언을 했으니 그들에게 나는 어른행세나 하려 는 ‘꼰대’ 기성세대의 전형으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눈치 없이 요즘처럼 인터넷, SNS 등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명함까지 건네며 “모르는 게 있으 면 물어봐!”라고 했으니…! 비록 인턴사원으로 마음 비우고 몸 낮추며 오체투지의 각오로 현장실습을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근육질 왕성 한 자신감만은 누구에게도 허용치 않을 젊은이들이 아닌 가. 그러니 기성세대의 덕담이나 훈계는 배부른 자의 사대 육신 과시하는 거드름쯤으로 보였을 것이고, 그러니 사무 실을 나가자마자 “도대체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 르면서 지럴이여!” 하며 영화 「곡성」의 예의 그 명대사를 날리며 획~ 명함을 던지고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에그! 젊은이들을 탓하지는 말자. 오늘의 오해는 겸손을 미덕으로 보고 윤리나 따지는 아날로그 시대를 산 내 쪼 잔한 마음밭 때문이리라. 어쨌거나 깨끗하게 회수된 명함이니 필요한 사람에게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여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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