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8월호
85 법무사 2016년 8월호 맨날맞아도 모르냐?” 으로 생존한다. 여자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젊은 노동자인 복남은 자연히 가장 많은 일을 도맡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천시와 학대뿐이다. 이런 삶에 길들여져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복남은 자 신이 방문 밖에 있음에도 윤락녀 미란을 불러들여 성행위 를 즐기는 만종을 못 본 척하며 밥을 먹는다. 만종과 철종 의 유일한 혈육으로 두 남자의 권력에 기생하며 마을 할머 니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는 시고모는 그런 복남을 돼지 같다며 모욕한다. 만종의 잘못에 가해져야 할 비난까 지도 모조리 피해자요 약자인 복남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되어야만 벗어나는, 승자 독식의 세계 복남은 이렇게 한 집안 형제의 성노예로 살면서 모든 노 동을 도맡아 하지만, 그 모든 경제적 보상은 만종의 몫일 뿐이다. 우도에서 가장 체력이 좋은 만종과 철종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대부분의 노동과 가사를 책임지는 여성들 위에 군림하면서 그녀들을 착취하며 살아간다. 한사람이사회유지에필요한모든일을다할수는없으 니 역할분담과 거래는 불가피하다. 다양한 역할간의 거래는 사회유지에 꼭 필요하고 각자 나름의 쓸모가 있으므로 모든 거래의주체들은대등한위치에놓여야한다는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이상일 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갑이 독식하여 승자가 되고, 그 승자가 또다시 갑이 된다. 그리고 다수의 중간계층은 옳고 그름의 ‘정의’보다는 강 자에게 기생해 약자를 착취하는 공범이 됨으로써 생존을 도모하려고 한다. 이런 구조에서 복남과 연희처럼 연약한 여성과 어린이(특히 여자아이)는 먹이사슬의 최하위층으 로서 착취의 대상이 될 뿐이다. 영화는 이렇게 철저히 힘에 의해 지배되는 인간사회의 추악한 이기적 본성을 외부와의 전화조차 제한된 폐쇄적 인 섬 ‘우도’라는 배경 설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지능적이고 물질적인 힘의 논리 가, 폐쇄적인 섬마을 우도는 물리적인 힘의 논리가 작용하 는 것이 다를 뿐, 우리와 우도를 지배하는 “힘의 논리”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복남은 연희를 데리고 우도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실 패해 만종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질질 끌려가며 무차별 폭행을 당한다. 그 과정에서 연희가 사망한다. 이런 와중 에도 만종은 “된장 바르면 다 낫는다.”고 큰소리를 친다. 복 남은 연희의 무력한 죽음 앞에서 오열하고 절규한다. 그러 나 이번에도 섬 주민들은 똘똘 뭉쳐 만종의 죄를 비호하 고, 이 모든 사건의 목격자인 친구 해원마저도 진실을 은 폐하고 외면한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복남은 그간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차례로 섬 주민들을 살해하며 복수를 감행한다. 마지막으 로 해원을 죽이려다 실패한 복남은 해원의 품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해원은 마음을 바꿔 자신이 목격한 유흥가 여성 상해사건의 목격자 진술 을 한다. 여기서 영화는 끝이 난다. 복남은 강간, 상해, 모욕, 감금, 사생활 침해 등 온갖 범 죄 행위의 희생양이 되어 결국은 집단살인의 가해자로서 생을 마감했다. 만약 복남이 살아 재판을 받았더라면, 자 신의 죄를 항변하고,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가해자가 되지 않고는 결코 피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 는 구조의 문제는 봉인된 채, 그저 강력범죄의 가해자로서 만 평가될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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