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11월호

85 법무사 2016년 11월호 찾아오는 ‘신의 선물’ 소공포증과 자살충동으로 자해하는 이신영에게 “죽고 싶 다는 말이 살려 달라는 말보다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며 예약된 예일대 로스쿨 연수과정을 포기하고 무죄입증에 매달린다. 마침내 서준하는 사건현장에서 우연히 욕조에 갇혔다 가 열쇠공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얻 게 된다. 열쇠공이 ‘사건현장의 서재를 제외한 모든 방문의 손잡이가 거꾸로 되어 있어 밖에서 잠그면 열쇠 없이 나올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서준하는 성중훈의 감금과 상습폭행으로 이신영이 97 년도에 첫 임신중절수술을 하였고, 3년 전부터 다이아제 팜을 복용해 오다 임신 사실을 모른 채 계속 복용해 낙태 를 했다는 점, 그리고 체포 당시 이신영이 갈아입었다는 피 묻은 옷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유죄의 확증이 없을 시에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을 주장해 무죄 판결 을 얻어 낸다. 시간이 흘러 서준하는 우연히 인사동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신영과 재회한다. 사무소의 미팅 재촉 전화를 뒤로 한 채 두 사람은 남해로 떠나 소금창고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 그러나 그들이 짧은 추억을 만드는 그 시간에 의외의 반전이 일어난다. 사건 당일 목격자인 우유배달부가 나타 나고, 피 묻은 옷가지가 들어 있는 가방도 발견된다. 이신 영이 남편의 죽음으로 상속받는 재산이 빌라뿐 아니라 시 부모의 교통사고 보상금 10억도 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서준하는 절박한 마음에 여 권을 위조해 신영을 일본으로 피신시킬 생각까지 하지만, 이신영은 계획 살인을 인정하고 사형을 언도 받는다. 좌절하되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영화를 보면서 답답한 부분이 많았다. 사육된다는 것 은 어떤 것일까. 생을 포기하게까지 만드는 폭행과 비인간 적인 감금이란 어떤 것일까. 이신영이 마지막 한 발자국만 더 삶에 대한 애착을 가졌다면 두 사람은 어찌 되었을까. 그리고 서준하가 좀 더 사태에 냉철하게 대처했더라면 어 땠을까. 아마도 둘은 ‘인디언 썸머’를 경험했을 것이다. 2001년 당시에 비해 지금은 법률제도가 많이 바뀌었다. 2008년에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생겨 아마도 지금이라면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형량에 많은 참작이 되었 을 것이다. 남편의 감금과 상습폭행 등으로 인한 범행이라 는 점이 배심원단의 공감을 얻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신문지상에 자살 얘기가 많이 올라온다. 자본주의 가 광풍처럼 휩쓰는 이 시대, 삶에 지치고 메마른 사회 속 에서 기댈 수 있는 가치를 찾지 못해서일까, 아니 가치를 얘기하기엔 이미 사치가 된 시대여서일까. 기찻길 레일은 혼자 달리지 못한다. 두 개의 마주 놓인 철로가 서로를 지탱하면서 가야 되는 길이다. 법조 생태계 에도 많은 변화가 있지만 진실과 정의를 지키려는 법조인 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더불어 많은 이들이 길을 잃은 이때에 개개인의 적극적인 생의 의지가 그 길을 헤쳐 나가 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 “좌절은 하되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감독 의 말처럼 서준하와 이신영이 몸을 누인 장소로 소금창고 를 택한 것은 아마도 류시화 시인의 말처럼 소금이 바다의 상처이고 아픔이며,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 을 낸다는 이유에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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