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3월호
78 을 파괴해 공적 권위와 사회적 신뢰를 훼손한다며 신랄하게 비판 했습니다. 한비자의 말에 누구든 쉽게 고개를 가로젓기 힘듭니다. 우리 현실에서도 부정과 부패, 정실인사 등이 유가적 수사나 가족애 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사례들을 늘 보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법 을 다루는 사법당국도 인, 의, 예를 들어 지배층들의 탈선에 관 용을 베풀기도 하지요. 붕당은 군주를 우습게 만들고 법을 농단한다 정실인사와 특혜 배제, 공정성과 객관성 등 공적 권위와 사회 적 신뢰를 위해 한비자가 강조했던 바를 보면 아시겠지만, 한비자 는 신하들과 힘을 가진 자들이 집단을 이루고, 그 집단의 힘으로 정국을 장악해 왕과 맞서려는 행태를 극도로 싫어하며 경계했습 니다. 한비자는 그것을 당(黨), 붕당(朋黨), 비주(比周), 도독(徒屬)이 라 지적하면서 패거리, 파당, 작당, 도당, 붕당 등이 정치공동체 안에 만들어져 힘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며, 패거리들이 만들어 내는 정치적 병폐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합니다. 붕당이 만들어지 면 이들이 군주를 우습게 만들고, 법을 농단하며, 특권을 거머쥐 어 횡포를 부리고, 백성들을 못살게 군다고 했지요. 한비자의 비판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조선시대가 떠 오릅니다. 서강대 계승범 교수는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조 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이라는 책에서 사회적으로 는 독점적 지배층이자 유일한 지식인 계층이었고, 정치적으로는 500년 조선왕조의 오랜 실세들이자 주인공이었던 선비와 사대 부, 양반계층에 대해 폭로하면서 우리가 아는 선비의 이미지와 모습은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지요. 그들은 말로만 선 정치적 실세가 따로 있고 그들에게 줄을 서는 이들이 있고, 그들이 세력을 이루어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최고 통치자를 바보로 만드는 일은 우리 현대 정치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사회에 공적 권위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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